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뉘앙스가 다른 반응을 나태내 헷갈린다. 어제 한 언론은 청와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세종시에 제2 집무실을 만들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론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결정된 바 없으며,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돼 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언론 보도 다르고 청와대 입장이 다른 모습을 보는 지역민들로서는 난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말도 맞는 것 같고 저말도 맞는 것 같아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논의중`이라는 데 방점을 찍긴 했지만, 정황상 미덥지 않은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논의중`이라는 표현부터 미지근하다. 청와대 입장에선 무난한 화법을 구사한 것일 수 있다. 반면에 듣는 입장에선 수사적인 말로 들리고, 게다가 이 표현에는 정책적 가치판단이 결여돼 있어 성에 차지 않는다. 요컨대 특별히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볼 때 세종집무실 문제의 경우 `비(非)활성화 모드`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부른다.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세종시에 집무실 공간이 있고 없고는 핵심이 아니다"라며 "업무 효율성 면에 있어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리가 없지 않은 얘기이나, 결국은 세종집무실을 만드는 일에 대해 내켜하지 않고 있음을 추론케 한다. 세종시에 새 청사 건립을 추진중인 행정안전부도 `현재는`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계획 없음`이라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세종집무실 설치 동력이 약화된 상태임이 감지된다.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는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차일피일 미루는 인상을 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세종시 태동은 균형발전 가치의 한축과 맞닿아있으며 국회분원(세종의사당) 설치는 그에 수렴된다. 나머지 한축이 대통령 집무실이고 청와대는 이를 국민적,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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