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정치적 리더 부재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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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전국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치적 리더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는 지역이다.

어느덧 대권주자 명단에서 충청권 정치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충청대망론은 모두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충청대망론에 한 걸음 다가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망론에서 멀어졌고, 대권에 도전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큰 상처만 입은 채 물러났다.

물론 충청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진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을 떠나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거나 정치적 구심점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 보니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인사나 정책에 있어 충청홀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이 대놓고 충청지역을 홀대해도 지역 정치권은 변화가 없다는데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그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정당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강창희 전 의장이나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와 같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 원로정치인으로서 지역에 남기보다 떠나는 것을 선택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장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가 분주하게 지역을 누비며 충청대망론과 충청홀대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파괴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구심점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 보니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각 정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는 세종시를 둘러싼 보수 정치인들의 행보다. 세종을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충청인 모두의 염원이지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예산 확보와 법 개정절차에서 보여준 보수 정치인들의 행보는 오히려 지역 민심을 역행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이 청와대 세종집무실까지 들고 나온 것은 모두 충청을 기만하는 정치 쇼"라고 폄훼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된 것을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주보 부분해체를 들 수 있다. 시민단체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필요하다 51%, 필요없다 29%`로 민심은 공주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는 농업용수 부족 등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 "선 대책 후 해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김정섭 공주시장도 "항구적 농업용수 확보 등의 대책이 없으면 찬성할 수 없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의석 수가 더 많은 공주시의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보 철거 반대`를 결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이 같은 민심을 대변하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공주를 지역구로 둔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당내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적극 저지태세에 나섰다.

방향성과 민심이 뚜렷함에도 정파에 따라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부산은 14대부터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형호 전 국회의장과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원로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지역에서 거주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나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도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역 현안이 발생할 경우 직접 역할을 맡아 활동할 정도로 지역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적 풍토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 어느 한 정당을 밀어주는 것도 아니고 항상 절반씩 의석을 차지하다 보니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 중진의원은 있지만 이렇다 할 힘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중진의원들이 중앙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충청은 새로운 인물보다 중진의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 특징이 있는데 지금도 충분히 역할을 하는 중진의원들이 있는 만큼 조금 더 믿고 기다릴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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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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