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조국 후보자의 딸이 2주간의 인턴 후 의학 논문을 작성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사건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논문 지도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한 `자유탐구`도 일종의 소논문이다. 자유탐구는 학생 스스로 탐구 주제를 찾고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교육활동이다. 과학고나 영재고에서는 자유탐구를 심화시킨 R&E(Research and Education)가 있는데 이것도 소논문 지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과학전람회에 출전해 제출하는 보고서도 소논문이다. 극히 드물지만 소논문을 학회에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고등학생이 스스로 탐구해 학회에 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영재들만 모아놓은 과학고에서는 가끔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나온다. 몇 년 전, 은퇴한 과학자가 최신 연구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한 주제를 R&E 활동 시간에 과학고 학생들에게 던져줬는데 학생들이 해결해 버렸다. 은퇴 과학자도 깜짝 놀라며 학회에 발표하도록 했다. 결국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영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이러한 인재를 보다 많이 길러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자 사명이다. 자유탐구 같은 소논문 지도가 탐구 역량을 신장시키는 데 제격이기 때문에 2007 개정교육과정부터 자유탐구를 강조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의 딸 논문 때문에 미래 사회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역량을 포기하고 문제 풀이 중심의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유탐구를 과제로 제시했을 때 어떤 학생이 인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제출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학생 스스로 탐구했다고 보기 힘들다. 교사나 연구원 같은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라 실험하는 것은 탐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은 필수 불가결하게 필요하다.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모방하면서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능력이 향상된다. 초보적인 단계에서는 전문가 주도하는 탐구가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 주도로 이루어진 탐구 결과를 학생이 주도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하고 대회에 출전하며,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번 조국 후보자의 딸 논문도 같은 맥락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소논문 지도가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중간 단계의 소논문 지도는 전문가가 방향을 제시하고 학생이 주도하는 탐구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힘들다. 전문가가 답을 알고 있어도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힌트를 주고 안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해결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가 안내하고 학생이 주도하는 탐구도 한계는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높은 소논문 지도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이 극히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학생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높은 단계의 소논문 지도이다. 이러한 지도가 가능하려면 문제 발견부터 가르쳐야 한다. 필자가 창의적으로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실마리를 찾았고 과학고에서는 안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올해는 일반 중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중학생들에게도 적용해 볼 예정이다. 조금 더 연구하고 개선하면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교육학자들의 노력으로 창의적인 문제 발견부터 학생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여 학술지에 논문을 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박수쳐주는 나라를 꿈꿔 본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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