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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은수저와 카나리아

2019-08-12기사 편집 2019-08-11 18: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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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군은 어느 날 아침 수라상에 미역국을 뜨는 데 은수저가 검게 변하자 밥상을 뒤엎는다. 수라간 나인에게 그 국을 마실 것을 종용한다. 당쟁과 권력다툼으로 국정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임금의 옥체가 위태롭던 그 때, 궁중의 임금, 왕비, 대전대비의 수라상에는 항상 은수저가 있었고 사대부 양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은수저'하면 '금수저, 흙수저'가 먼저 떠오르는 세태이기는 하지만 은수저는 옛부터 음식에 포함된 독 물질로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활용해 오던 도구였다. 옛날에 독약으로 많이 쓰였던 물질이 '비상'이었는데 여기에 함유된 황 물질과 은수저의 은이 반응하여 황화은이 되면서 검게 변하였던 것이다. 은수저가 모든 독 물질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지켜주는 요긴한 물건이었던 셈이다.

아프리카 원산지의 작은 새 카나리아. 초록, 노란, 흰색 등 다채로운 색깔과 쉬지 않고 노래하는 습성을 가진 새이다. 이 습성으로 인해 400년간 선택적으로 사육돼 왔다고 한다. 특히 19세기에는 탄광의 독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광부들이 석탄광 갱도로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가 채탄과정에서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거나 홰에서 떨어지면 모든 광부들이 생존을 위해 갱도를 탈출했다고 한다. 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나 메탄 등 유해가스에 취약했던 특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은수저와 카나리아, 모두 과학과 측정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인간이 독 물질 또는 유해가스 등으로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찾아낸 방법이다. 은수저가 실제로 반응하는 독 물질은 제한적이어서 효용성이 크지 않고, 카나리아의 노래가 안전과 직접 연관되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에게는 기댈 수밖에 없는 최후의 보호막과 다름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식재료와 가공품,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식품이 넘쳐난다. 식품에 함유된 독 물질, 요즘말로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는 날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 농산물, 수입 식품 등 이 땅에서 나지 않은 새로운 식품 들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금속, 농약 등에 노출된 식재료들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한편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 자동차 배출가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중금속 등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현대판 은수저와 카나리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가 속한 보건환경연구원은 첨단 분석장비와 실험도구,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각종 식품에 함유된 유해물질을 검사하고 차단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기준을 초과할 때는 폐기토록 하며, 행정기관에 통보하여 해당농가는 일정기간동안 출하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살모넬라 등 미생물검사, 농약·항생제 잔류물질 등을 검사하며, 수산물의 경우 납, 카드뮴 등 중금속 검사를 하여 부적합 시 폐기토록 하고 있다. 가공식품도 성분, 첨가물 등을 조사하여 조치하는 등 유해물질로 인한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각종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중금속 등을 분석하고 환경측정망을 가동하여 시민들께서 유해 환경에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대기오염 예·경보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학교 등 대규모 급식시설 및 식당 등 식품위생업소에 대하여 식중독 예방, 감시사업을 하고 있으며 메르스, 에이즈 등 법정 감염병의 진단 검사를 하고, 지역별 협력병원과 연계하여 내원 환자의 검체 진단을 통한 감염병 감시와 유행양상을 예측함으로써 질병의 예방 및 확산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은수저와 카나리아' 대전 보건환경연구원, 직원들과 함께 분발을 다짐해 본다.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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