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 여야 109명 대거 고소고발

선거법·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충돌하면서 많은 의원들이 고소를 당했다. 지난 4월 25-26일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려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에 맞서 자유한국당이 육탄저지에 나서면서 비롯된 일이다. 당시 국회 의안과와 정개·사개특위 회의장 주변은 무법천지였다. 의안 접수를 제지하려는 측과 이를 돌파하려는 측이 서로 부딪혔다. 회의장 진입이 가로막히면서 고성과 비명이 난무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몸싸움을 방지하고자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참으로 무색했던 장면이다.

고소당한 의원들의 잠자리는 편치 않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을 상해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 폭행한 사람, 공무소 서류 손상 등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적용하면 많은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자격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때문일까. 고발된 의원들에 대한 경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됐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거부하고 있다. 고소된 국회의원 109명 중 1차 소환대상은 민주당 12명, 정의당 1명, 한국당 21명 등 34명에 이른다. 민주당 의원 등은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아직 한국당 소속 21명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야당 탄압이란 이유에서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며 사개특위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한국당 의원 4명은 3차 소환통보까지 받았지만 끝내 불응했다.

이들의 속셈은 뻔하다. 경찰 소환 등 일련의 수사에 응하다 보면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사법적 판단을 통한 출마자격 상실은 권력과 명예를 동시에 잃는 일이다. 그래서 경찰 소환 단계에서부터 거부하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야당 탄압`이란 프레임 안에 가두는 편이 낫다고 본 것이다. 한편으론 당의 울타리 안에서 버티다 보면 방법이 생길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을 터이다. 고소고발사태가 정치적으로 빚어진 사안인 만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설픈 정치적 거래나 타협으로 유야무야하기에는 사안이 심중하다. 충돌 과정을 국민들이 목도했고, 국회는 수개월간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자 그러면 경찰은 강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국회의원들에겐 형사소송법상의 체포영장은 휴지조각처럼 가볍다. 특권이 있어서다. 불체포특권이다. 회기 중엔 국회 동의가 없으면 손을 댈 수 없다. 방탄 국회도 가능하다. 재적의원 4분의 1의 요구면 국회 소집이 가능하다. 비회기 중 체포되더라도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회는 석방 요구할 수 있다.

경찰 소환 불응은 국민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 국민은 아무리 가벼울지라도 법을 어겨 경찰의 소환통보를 받는다면 겁부터 날 것이다. 이에 불응하면 잡혀간다는 것도 상식이다. 하지만 입만 열면 헌법기관입네, 입법기관입네 하는 국회의원들은 다른 모양이다. 얼마나 특권의식에 절어 있으면 사법체계마저 도외시하는 것일까. 이제 경찰이 3차 소환 불응자에 대해 강제수사를 염두에 둔 모양이다. 대상자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말고 조사에 응하기를 바란다. 그 것이 국민의 뜻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법을 지키는데 솔선해야 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고 지켜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전제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와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유독 이런 상황을 반기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을 테니까. 김시헌 서울지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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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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