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국산화가 진전되지 않은 이유 중에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개발제품의 납품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 산업에 대한 과도한 환경규제를 들 수 있다. 특히 환경규제는 국내에서 제대로 된 소재·부품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하다. 고품질 폴리이미드를 국산화한 대전의 기업 I社는 양산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제만 하더라도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건축법, 연구개발특구법, 지자체 조례 등이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어 해석도 어려울 지경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기술 수준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규제를 설정해 환경보전과 산업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장기간에 순차적으로 환경규제를 도입해 환경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국 산업의 보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위험물질 방지의 명분만을 강조해 기존 규제에 추가로 다수의 신규 규제를 동시에 도입함으로써 관련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소재·부품 산업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가 일깨워준 중요한 사실은 우리 주력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가 필요한데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는 것이다. 위험물질 때문에 환경규제가 필요하지만 그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리를 한다면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는 보다 앞당겨 질 것이고 많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다.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복어는 그 맛으로 대중에 사랑 받고 있다. 복어의 독이 눈·내장·아가미·피 등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제거한 후 요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어의 이런 위험과 가능성을 가장 빨리 알아차리고 상업화한 나라가 일본이다. 과도한 환경규제로 놓쳤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왜 이런 위험물질들이 일본에서는 허용되고 한국에서는 안 되겠는가? 잘 몰라서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해보자. 유환철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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