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몹시 애를 먹거나 어려움을 겪었을 때 흔히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 생기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라고도 했다.

호환마마는 천연두를 일컫는 말이다. 비속어로 사용되는 염병은 감염병의 줄임말인 동시에 장티푸스를 의미한다.

영양과 위생 상태가 열악하고 보건의료 체계가 거의 없던 시절, 감염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감염병이 마을을 덮치면 어떤 재해보다 심각한 상처를 남기는 재앙이었다. 때로는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남았을 정도이니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영양과 위생 상태, 보건의료 체계가 개선되면서 감염병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주시에 거주하는 생후 7개월 여아가 감기 증세로 대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홍역 유행국가인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고, 역학조사 결과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 홍역 유행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모두 20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A형 간염 환자가 전국적으로 크게 증가해 7월까지 발생 환자가 지난해 전체의 4배에 달할 정도다.

2016년에는 국내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콜레라 환자가 15년 만에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을 크게 긴장시키기도 했다.

결핵이나 A형 간염, 콜레라 등은 영양과 위생 상태가 나쁜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른바 `후진국형 감염병`이었다.

1980년대 이후 발병률이 떨어졌으나 해외여행과 외식 증가, 식생활 패턴 변화, 기후 온난화 등으로 감염병은 연중 발생하고 있다.

수인성 감염병인 콜레라, 세균성 이질 등은 감소했지만,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7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새로운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증가했으며, 중동지역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서구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감염병 매개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다.

수족구병 예방 수칙과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을 어린이집, 유치원, 수영장 등 어린이들이 모이는 장소에 안내해 경각심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주 손을 씻고, 음식을 익혀 먹고, 물을 끓여 마시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만으로도 상당수 감염병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여름이면 기억나는 동네 풍경이 있다. 해 질 무렵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뭉게구름 같은 소독약이 연기처럼 동네를 휘감았다.

아이들은 방역차가 동네를 빠져나갈 때까지 연무를 따라 신나게 뛰어다녔다. 이젠 과거처럼 짙은 연무를 내뿜는 방역차도, 그 뒤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기 어렵다.

소독 방법이 과학화·체계화됐기 때문이다. 소독약을 연기처럼 내뿜던 방역차는 사라졌지만, 예방과 철저한 방역 체계가 연무처럼 동네 구석구석 스며들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감염병의 원인인 세균과 바이러스는 조금만 경계를 늦추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