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여성공무원들이 시민단체의 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인간 띠를 만들어 이를 저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공무원을 방패막이로 동원됐다는 시민단체와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여직원들의 주장이 상반되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는 모양이다.

여성공무원 인간방패 논란은 지난 12일 열린 청주 구룡공원 민간개발 사업 관련 도시공원위원회의에 반대 시민대책위의 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소관 부서 여직원 20여 명이 팔짱을 끼고 인간 띠를 만들어 막아서면서 불거졌다.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남성 직원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흔해 동료 남성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란 게 여직원들의 입장이다. 시민대책위에 꼬투리를 잡혀 동료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져 들지 않게 하기 위한 동료의식의 발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직원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는 여성공무원의 인간방패는 젠더 폭력이자 인권 유린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시가 여성공무원을 동원해 전면에 내세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 내부에서조차 여직원 동원을 인정한 듯한 발언이 나오고 시장과 부시장이 시민단체에 사과하는 일까지 전개되면서 여직원 동원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점이 아쉽다.

만약 시가 여직원들을 동원했다면 성을 도구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여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여직원들의 주장처럼 자발적 동참이었다면 수뇌부가 서둘러 사태의 재발 방지와 부서장에 대한 엄중 경고 등의 책임을 물은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여직원들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한 번도 젠더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남성 동료들을 성추행 시비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여직원들의 진정성을 몰라준 서운함이 배어 나올 법도 하다. 여성을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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