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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문학] 자격증이란 무엇인가

2019-07-18기사 편집 2019-07-18 09: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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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임아라 소설가

지난 5월, 직장인을 위한 주말 수업을 하는 학원을 찾아 수강신청을 했다.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다.

컴퓨터활용능력 2급이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하는 사무정보 분야의 국가기술자격 시험이다. 필기와 실기로 나뉘고, 필기 합격 후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실기는 문제지에 나온 지시사항대로 엑셀 파일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 엑셀(Microsoft Excel)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매주 토요일 오전에 학원에서 엑셀 실기를 배운다고 하자, 직장 동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엑셀 프로그램으로 무난히 업무를 해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을 뿐, 이미 지니고 있는 역량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사서 고생하다니!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서 내가 자격증에 부여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싶었다. 한 분야에서 어느 경지에 오르면, 일부만 보아도 총체적인 흐름을 읽는 안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 시야는 좀처럼 트이질 않았다. 일정한 양식에 한해서 문서 작성이 이뤄지고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업무가 태반이기에 그럴 만도 했다. 회사가 아닌 학원에서 엑셀 프로그램을 접하면, 보다 객관적으로 내 실력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기초가 없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면 주체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소설가로서의 삶을 꿈꾸다가 뒤늦게 입성한 식품회사 마케팅의 세계는 너무나 낯설었다. 가까스로 적응했지만 여전히 학습하는 데에 적잖은 시간을 소요한다. 특히 회의 중 언급되는 전문 용어를 제때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적이 잦다.

엑셀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피벗 테이블 확인했는데 말이야."라고 했을 때, "피벗 테이블이 뭐죠?"라고 물은 적이 있다. 상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네가 작성한 문서."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나는 피벗 테이블이라는 용어는 모르지만 피벗 테이블을 활용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나는 자격증을 원했다. 누군가는 컴퓨터활용능력 2급은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고 했으나, 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격증의 유무가 어떻게 매한가지일 수 있는가. 컴퓨터활용능력 2급을 취득하면, 특정한 자격 번호가 생성된다. 더불어 아마도 플라스틱인 것으로 추정되는 자격증 카드가 발급된다. 그것을 이력에 추가할 수 있다. 이력서의 항목 중 하나인 자격증 내역을 텅 비워 두지 않아도 된다.

구직자였을 당시, 나는 수십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학력, 경력사항,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는 그럭저럭 준비가 됐으나 자격증, 어학, 수상내역이 빈약했다. 그나마 2016년도부터는 한 줄을 채울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이었다. 취업과 신춘문예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지만 반응은 가히 놀라웠다. 수많은 중소기업의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다. 신춘문예 관련 질문을 하는 면접위원은 대부분 호의적이었고, 일부러 내 등단작을 읽었다는 이도 여럿이었다.

기어이 중견기업에 입사한 나로서는 자격증에 대한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었다. 내게 신춘문예 당선 이력이 없었다면, 과연 입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귀하의 보유 기술 및 능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작문력이 뛰어나서 각종 홍보 및 상품 카피를 쓸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작문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을 증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격증이란 일정한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증서다. 자격증은 해당 분야에 관해서 보통 이상의 수준을 갖추었다는 걸 증명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신춘문예 당선 이력은 모종의 자격증 역할을 해냈다. 신춘문예를 자격증에 비하는 것이 괘씸하대도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취업 시장에서는 신춘문예 당선과 컴퓨터활용능력 2급이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7월의 어느 날, 나는 컴퓨터활용능력 2급 시험을 치르려고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함이지만, 실패한데도 상관없다. 혹은 성공한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는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나아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자격증에 부여한 가치다. 임아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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