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로부터 처벌받은 인명부가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홍성군이 특별기획전을 통해 공개한 독립운동 범죄인명부엔 모두 293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인명부는 읍·면에서 보관 중이던 문서로 보안법이나 정치범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죄명과 형량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당시 일제의 탄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귀중한 자료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개된 자료 중에는 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홍주의병 활동, 파리장서운동을 주도한 김복한 선생은 서부면 폐기 목록 대장에서 명단을 확보한 모양이다. 여기에 1923년 의열단원 김상옥이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질 당시 조력자로 알려진 윤익중씨와 형제 형중·낙중씨도 장곡면 기록에서 찾아냈다. 이들 형제는 장곡면 매봉산에서 횃불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소실된 자료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기록을 찾아낸 것은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금마면과 홍동면, 장곡면, 은하면, 구항면, 서부면, 결성면 등에서 인명부가 나온 걸 보면 홍성 전 지역에서 독립운동이 활발히 전개됐음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홍성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독립만세운동과 횃불만세운동, 파리장서운동 등 3종류 운동이 펼쳐지면서 227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운동의 중심지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범죄인명부에는 이미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일제가 작성한 명부에 적힌 인사들은 독립운동 활동을 한 사람들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동안 독립 활동을 증명할 길이 없어 유공 서훈을 받지 못한 이들에겐 설움을 풀 기회다. 독립유공자를 찾아내는 일에 소홀한 정부는 마냥 뒷짐만 질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서훈 지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참에 다른 지역으로까지 범죄인명부 발굴이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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