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주로 암 등의 심각한 질환을 진단 받고 치료에 대한 1차 설명 후 받는 질문이다.

이런 경우 환자, 혹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얻고 가능한 선택의 여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전문가로서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담당의의 도리이다. 진료실 밖의 대기 환자들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일단은 마주하고 있는 환자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 질문은 필자의 위치를 치료자에서 환자나 보호자로 바뀌게 한다. 필자의 경우 환자가 굳이 묻지 않아도 여러 치료법 중 가장 적합한 치료법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앞선 의견이 전문가로서의 객관적 의견이라면 담당 의사가 개인적인 영역에서, 즉 좀 더 주관이 개입된 사적 영역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알고 싶을 수 있다.

수반되는 위험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최선의 치료 결과에 근접하게 균형을 맞춘 방법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 때, 이는 객관적으로 추천하는 의견이 된다.

대체로 환자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방법이다. 때로는 치료에 수반되는 위험도를 조금 올리면 더 나은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 멀지 않은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 불빛이 반짝거릴 때면 뛰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자연스레 도착하여 다음 보행 신호를 기다릴 것인가 망설이기도 하고, 다음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는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보행 신호 건은 오로지 나에 의해 결정되며 나에게 100% 영향이 오는 선택이지만 영향의 정도는 몇 분이라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그 시점에서의 시간 여유가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 선거는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지만 내 선택 자체는 수십, 수백만 분의 1이라는 숫자로 환산돼 나타나기에 결과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한 표 차이로 선거 결과가 갈릴 수 있지만 현실화되기 희박한 확률이다. 어쨌든 중요한 일이고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지만 밤새워 고민할 일은 아니다.

평소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면 된다. 요컨대 기준이 분명하거나 영향력이 적은 선택은 큰 부담 없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위험도와 치료 효과 간의 상관관계, 연애나 결혼, 취업과 이직 관련 선택은 대체로 어렵다.

선택에 따른 영향의 정도가 크고 복합적이며, 영향을 받는 기간도 길다. 때문에 단순하게 특정 기준에 맞추어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 해결에 브레인스토밍을 추천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주제와 관련된 생각을 꺼내게 해 그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기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라도 비판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일단 수용한다는 원칙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원칙이다. 모두가 원칙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참여해야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건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 진정성 있게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할 멤버들을 알고 있다. 바로 `과거 나`와 `미래 나`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내린 선택 경험과 그 결과에 대해 `과거 나`에게 들어 보자. 현재 선택으로 인해 바뀔 `미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려 보자.

최선 혹은 최악의 상황도 떠올려 본다. 너무 먼 후일이어서 어렵다면 바로 다음 주, 다음 달의 내가 지금 이 결정으로 인해 어떤 상황일지 생각해 보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적어보자. 비판하지 말고 무시하지 말고 일단 적어보자.

그리고 선택하자. 만약, 5년 혹은 10년 후의 내가 이 시점으로 온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좋은 선택을 해줘 정말 고맙다`고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내려 보자.

김대경 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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