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의 기원은 이집트나 중앙아시아로 추정된다. 사실 오래된 인류의 기록물들 상당수는 이집트에서 발견된다. 기원 전 2500년쯤 지어진 이집트 피라미드 벽면에서 노동자들에게 나눠 준 마늘의 양에 관한 기록이 발견됐지만 원산지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이 머리가 아프고 신체가 허약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에서 마늘의 효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됐음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사악한 흡혈귀를 물리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질병의 원인을 악마나 귀신 따위로 믿었다. 영화 속 드라큘라에 물린 이들을 보면 초조하고 정신이 불안해지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신경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티아민(비타민 B1)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증상이다. 티아민은 돼지고기, 육류의 내장, 땅콩 및 각종 씨앗 등에 풍부하다. 중세인들이 손쉽게 먹기는 어려운 식품들이다. 티아민이 부족하면 각기병이 생긴다. 다리 힘이 약해지고 저리거나 지각 이상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

마늘이 만들어내는 알리신은 비타민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티아민을 여러번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늘이 티아민의 활용을 극대화해 적은 양의 영양소만 섭취해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저주를 받은 듯 시름시름 앓던 이가 마늘을 먹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옛 사람들이 흡혈귀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아닐까.

알리신은 천연 항균제이기도 하다. 대부분 세균과 곰팡이들은 알리신을 접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땐 식중독 같은 병에 걸리는 빈도가 낮으니 옛 사람들이 돌림병을 막기 위해 내걸었을 만 하다. 영양학적으로도 완전식품에 가깝다. 마늘이 상대적으로 재배하기 쉬워 저평가되고 있지만 인삼보다 더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청권의 서산, 단양의 6쪽마늘이 유명하다. 최근 마늘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돼 값이 폭락했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인 식물이라고도 한다. 장아찌를 담가 가족들 밑반찬을 해도 좋고 알리오 올리오를 연인과 즐겨도 좋다. 오늘 저녁 마늘 요리로 건강을 챙기고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건 어떨까.

이용민 지방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