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리더십 타격 불가피…대여 협상력에도 의문 제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당 안팎으로 시험대 위에 올라선 모양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마련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당내 의총에서 거부당하면서 당내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데다 협상 파트너였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강경하게 나오면서 추후 협상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사이버안보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당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 추인 불발에 따른 재신임 문제 등의 언급에 대해서는 "저는 못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합의문과 관련해 황교안 대표와 최종 조율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 논의한다"고 답변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후 국회 정상화 협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합의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민주당과 재협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이 바로 국민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희망이 실현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협상 파트너였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24일 합의안`을 고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 모두 한 달 넘게 접촉하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합의안이 불과 두 시간 만에 휴지조각처럼 짓밟힌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선뜻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합의 정신을 부정하는 어떤 정략과 술수에도 타협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거란 착각은 꿈도 꾸지 마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합의대로 정상화, 민심 그대로 국회 정상화로 나오길 바란다"며 "이것만이 한국당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도 "한 달이 넘는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합의문안이 거부당한 이상 여기서 새롭게 협상할 내용이 더는 없다"며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참여와 상관없이 어제 합의문에 기초해 국회법에 따라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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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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