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발음놀이 흥미유발
나는 25년의 경험을 살려 검정고시 국어수업을 맡았다. 중고등학교 교과내용이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수준은 정말 최소한의 기본기를 요구하는 것이 검정고시다 보니 눈치만 있어도 합격은 할 수 있는 시험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국어는 정말 장벽과도 같은 과목으로 느껴지기 일쑤다. `교학상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도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 교사로서 참 고맙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곳에서 수업을 하면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역시 국어공부의 기본은 읽기라는 점, 기본적인 가독능력이 없는 학생은 시작도 힘들다는 것, 그래서 씨앗을 뿌리기 전에 땅부터 갈아엎고 일구듯 아이들에게 국어공부의 바탕부터 확인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 한국말은 하는데 국어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국어를 편견 없이 대하게 될까?
이번 고등부 기수는 28명이다. 나는 일부러 첫 수업부터 아이들의 이름을 꾹꾹 눌러서 불러본다. 그리고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러면 이 아이들의 표정과 인상이 머릿속 깊이 각인된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눈빛으로 바라보면 내면의 교감이 일어난다. 이렇게 교감은 수업의 시작이다.
고등학교 모의고사도 그러하지만 고졸 검정고시 시험도 대체로 맨 앞부분에 어휘와 어법을 묻는 문제가 나온다. 여기가 효광원의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어려운 개념어와 지식을 묻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너무 무식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여기서 물어보는 `표준어규정`, `맞춤법` 등 표현들은 의미범주에 대한 설명일 뿐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요소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낯선 단어만 등장하면 제풀에 몸도 마음도 쓰러진다. 이러한 습관은 공부가 아닌 사회 현실에서도 낯선 상황에 처했을 때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이 더욱 걱정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다. 또 여기서 국어선생이랍시고 표준발음법이 무엇이니 한글 맞춤법이 무엇이니 하고 구구절절 풀어 가면 아이들의 눈은 감긴다. 이 아이들 탓이 아니다. 경험으로 볼 때 아직 국어능력의 기본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개념과 정보를 주입하려 들면 오히려 탈이 난다. 채소를 키울 때도 막 올라온 새싹에게 거름을 듬뿍 주면 다 죽어버리는 것처럼 이 아이들에게도 국어공부에 대한 재미와 흥미, 중요함 등을 자각하도록 하는 인식의 기회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으로 각성이 됐을 때에만 개념과 지식이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표준발음법이 나오면 음운변동이나 규칙 따위는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과 생활 속에서 들었던 발음놀이를 한다. 하나씩 발음해보고 그 발음을 칠판에 적어 내려간다. 그러면서 틀린 발음을 하는 아이에게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무의식중에 들어 익숙해진 소리들이 꼭 정확한 것은 아니었음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변별력을 요구하는 헷갈리는 선지에서만 살짝 개념을 단순화해 정보를 흘리면 이 아이들은 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자랑도 한다. 참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