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전의 명소로 알려진 특화거리가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권을 활성화하고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판단에 대전시 자치구가 지정해 논 특화거리가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화거리는 기존의 17곳에서 나중에 상점가로 지정된 곳을 포함해 모두 24곳에 이를 정도다. 1990년 말 IMF 이후 지역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지자체가 앞 다퉈 지정했지만 법적 근거나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시간이 지나면서 특색 없는 거리로 전락했다.

특화거리가 쇠락의 길은 걷기 시작한 건 인터넷 거래가 활발하던 2000년 초중반부터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부흥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토바이, 한의약, 건어물, 인쇄거리, 한복거리 등은 10여 년 동안 손님이 북적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특화거리를 지정하길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나가던 이들 거리는 둔산 신시가지가 생기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일부 점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초라하게 변했다. 일부 특화거리는 성인 PC방과 모텔 등 숙박업소가 뒤섞여 고유의 색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전시행정의 탓이 크다. 특화거리를 지정만 해놨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자치구의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재래시장 편중 지원도 특화거리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때다. 특화거리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상점가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 현대화, 공동마케팅 등 행·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올해는 대전시 방문의 해 원년이다. 그렇잖아도 대전을 찾는 방문객에게 보여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던 참에 특화거리를 재정비해 손님을 불러 모으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이제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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