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권 대표소주 `이제우린`을 생산하는 맥키스컴퍼니가 전국 소주시장에서 동결 대 인상이라는 민감한 가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맥키스컴퍼니발(發) 소주값 동결 흐름이 전남을 무대로 한 보해양조(잎새주), 경남지역 무학(딱!좋은데이) 등 지방사로 확산하면서 가격을 올린 전국구 대기업 하이트진로(참이슬), 롯데주류(처음처럼)와 전면 대치하는 모양새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4월 29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 업계 최초로 소주 가격을 올 한해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4년째 병당 공장출고가 1016원을 유지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지역기업으로서 불경기와 물가인상 등 여파로 힘겨워하는 지역주민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경영진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아가 향후 10년 동안 판매되는 `이제우린` 소주 1병 당 5원씩 적립해 지역사랑장학금을 기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5월부터 참이슬 출고가격 6.45% 인상을 예고하면서 경쟁업체들의 가격 상승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던 시점에 나온 정반대 행보였다. 맥키스컴퍼니의 `가격 역발상`에 시장 구도는 선명하게 나뉘었다. 하이트진로를 따라 업계 2위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7.21% 올렸고, 충북소주도 `시원한청풍`을 6.28% 인상했다. 충북지역 자도주 명맥을 이어온 충북소주는 1957년 대양상사로 출발한 이후 1989년 백학소주, 1997년 하이트소주 등으로 부침을 거듭하다 2011년 롯데주류에 매각됐다.

이에 맞서 맥키스컴퍼니를 선두로 보해양조, 무학 등 3개 지방주류사는 가격동결을 선언했다. 2016년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인수한 신세계그룹 계열의 제주소주(푸른밤)가 가격동결 편에, 제주의 대표 향토기업이라는 한라산이 지방 주류사 중 유일하게 한라산소주를 6.46% 올리며 인상대열에 가세한 게 눈에 띈다.

통상 업계 강자의 가격 인상 깃발을 무리지어 따라가던 시장 구도가 지방사를 중심으로 한 동결 그룹과 대기업이 이끄는 인상 그룹으로 재편되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주값 딜레마에 빠졌다. 대구·경북 소주 `맛있는참`을 생산하는 금복주, 부산지역 시원(C1)소주와 대선소주 제조사 대선주조가 그들이다. 국내 소주시장에서 20% 남짓한 시장점유율을 나눠가진 무학, 금복주,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등 이른바 지방 4강 기업 중 무학과 맥키스컴퍼니가 이미 가격을 동결했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가격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주제품의 특성과 함께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는 소비자 인식에 지역향토기업 이미지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도미노처럼 줄줄이 가격이 오르던 과거와 달리 지방사들이 가격동결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반격에 나선 만큼 전국 및 각 지역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는 게 관전포인트"라고 촌평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