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숨겨져 있던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이 빛을 보게 됐다. 대전지방경찰이 도굴한 도자기 50여 점을 몰래 보관해오던 60대를 검거했기에 가능했다. 붙잡힌 60대는 지난 1983년부터 도굴한 도자기 57점을 36년 동안 자택과 친척집 등에 숨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된 도자기는 `신안 해저유물 매장 해역`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신안 앞바다에서 1976년부터 1984년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친 수중 발굴을 벌여 도자기류 등 2만 2000여 점을 건져 올렸다. 유물과 함께 침몰한 신안선(중국 무역선) 선체도 인양했다. 당시 도굴꾼들은 잠수부를 고용해 당국의 작업이 없는 틈을 노려 도자기를 훔쳐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 점이나 되는지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경찰의 수사는 `해저 유물을 일본으로 반출 한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냥 떠도는 소문인줄 알았는데 확인 결과 범인이 일본을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숨겨왔던 해저 유물을 팔기로 결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구매자를 물색했던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문화재청의 공조 수사에 덜미를 잡히게 됐다. 범인은 "골동품 수집을 취미로 하던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도굴된 신안 해저 도자기였던 셈이다.

신안 해저 유물은 중국 송·원나라 때의 도자기류 등으로 학술적·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압수된 유물 가운데 `청자 구름·용무늬 큰 접시`와 `흑유잔(토호잔)`은 1320년대 전후 중국 도자기를 연구하는데 활용가치가 높다고 한다. 도굴된 유물들이 `문화재급` 이라는 얘기가 된다. 1981년 문화재청이 이곳을 사적 제274호 `신안 해저유물 매장 해역`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치가 높은 신안 해저 유물을 되찾은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말고도 또 다른 도굴이나 은닉 사례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추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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