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우리 청소년들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세 이하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어제 새벽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올림픽과 FIFA 주관 세계대회를 통틀어 결승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과 2002 월드컵 4강, 1986년 멕시코 청소년대회 4강 신화마저 뛰어넘은 기록이다. 국내 정치와 경제가 답답한 현실에서도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에 나선 국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태극전사들이 U-20 월드컵 결승전에 우뚝 서기까지는 숱한 난관을 넘어야만 했다. 유럽과 남미 등 축구 강국들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리그전을 펼쳤고 16강전에서도 숙적 일본을 힘겹게 물리쳤다. 세네갈과 치른 8강전은 그야말로 대본에서도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치열한 접전 속에 연장전까지 벌이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도 승부차기가 운명을 갈랐다. 태극전사들은 먼저 2명이 연속 실축을 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불굴의 투혼이 만들어낸 드라마다. 모든 선수가 하나같이 잘 싸워줬지만 그중에서도 충청 연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예산출신 이광연 골키퍼가 매 경기 선방 쇼를 펼쳤고 대전 시티즌 이지솔·김세윤, 아산 무궁화축구단 오세훈도 맹활약했다.

결승전은 오는 16일 새벽 우크라이나와 치른다.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가 예선전부터 `원팀`을 이뤄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투지와 `이길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라면 충분히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사상 첫 결승 무대라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태극전사 한명 한명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결승전이 되길 기대한다. 즐기는 축구팀을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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