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논문작성 능력 향상 도움

독서는 등산이다. 간단한 뒷동산 오르기부터 만반의 준비를 거친 에베레스트 정복도 등산이듯 자신의 기초체력과 준비상황에 따라 독서력은 달라진다. 에베레스트를 슬리퍼 신고 오를 수 없는 것과 같이 지식의 산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길이 잘 정돈돼 있으면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지만 높이가 아무리 낮아도 길이 없는 산을 등반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독서는 세상 모든 책들이 잘 정돈된 길로 안내해준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길이 잘 정돈되지 않은 책을 만나게 되면 산 속에서 길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등산은 땀나고 재미없는 위험한 짓이라는 인식이 각인돼 자신도 모르게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독서는 길이 검증된 인문고전읽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문 고전 읽기는 절 길을 오르듯 편안하고 아늑한 꽃길을 만나는 일이며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새 의식의 시야가 트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수천 수만 그루의 나무와 풀꽃들, 제각기 모양이 다른 돌덩이와 바윗덩이, 깎아지른 벼랑도 눈높이로 다가와 마음의 바다에 빠진다. 뜨거운 가슴에서 흐르는 땀방울도 바닷물을 보탠다. 그렇게 출렁이는 마음으로 깊은 산사에 도착하면 드디어 터지는 시야, 폐부까지 상쾌해지는 환기의 기분이 고전읽기의 기쁨이다. 나무를 보고 골짜기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에서 산새를 조망하듯 글귀 하나하나에 시선을 두고 완급을 반복하다 보면 비로소 트이는 깨달음이 있다. 그 의식의 지평은 오를수록 끝이 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속도전처럼 읽어나가는 도능독(徒能讀)은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한다. 등산이 걸음마에서 걷기 달리기 뛰기 오르기로 발전하듯 독서도 어린 시절 낭독으로 시작, 정독을 거쳐 묵독으로 속독으로 발전해간다. 낭독은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글자를 뇌의 후두엽으로 보내고, 후두엽이 글자를 인지해 측두엽으로 전달하면 발음기관을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면 그 소리는 다시 귀를 타고 들어와 전전두엽에서 소리와 의미를 통합, 이해하게 된다. 말하자면 낭독은 뇌의 모든 부분을 활용하여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낭독이 익숙해지면 거의 자동적으로 묵독 단계로 발전한다. 묵독은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글자가 후두엽에서 측두엽으로 가지 않고 바로 전전두엽으로 이동하여 의미를 이해하도록 하므로 독서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묵독은 측두엽이 담당했던 소리를 통한 감각적 확인 절차와 정교화 과정이 생략되면서 집중력과 이해력도 떨어지게 만든다. 또 기억력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도 입속말을 중얼거리며 독서하는 습관이 남아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독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채로 함부로 묵독이나 속독으로 진행하면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말하자면 섣부른 묵독은 전체적인 인상만 남기는 독서나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정보 수집적 독서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로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주로 초등고학년에서 중고등 시기에 독서량이 임계량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문학 위주의 지독한 편독, 한자개념어의 어휘추론능력 부재 등으로 인해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문제는 본인이나 부모님이 인지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보통 심각성을 느껴서 독해력나 어휘력 프로그램을 찾게 될 때는 적어도 1-3년 이상 독서공백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독서공백기가 긴 만큼 회복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정독능력을 회복하고 묵독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등산처럼 걷기·달리기·뛰기·올라가기·내려가기 자세부터 점검하고 다시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바로 기본한자 1800자로부터 어휘추론 능력을 기르고 한국어 11문장 독해연습을 통해 정독능력을 습관화하는 일이다. 물론 즐거운 독서습관을 길들이는 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인문 고전읽기를 통해 바른 자세로 정독능력을 배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문 고전읽기 교실을 거친 학생들이 수능시험이나 논술시험은 물론 논문 작성능력도 탁월한 것은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매순간 생존 경쟁의 갈림길을 걷는 현대인에게 푹신한 흙길을 걷게 하고 향기로운 꽃길을 걷게 해주는 행복한 등산, 행복한 고전 읽기가 날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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