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어떻게 재즈가 현대적 의미의 대중음악 탄생에 영양을 끼쳤는지 살펴봤다. 100여년 전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탄생한 재즈음악은 소위 `밴드`를 탄생시켰고 밴드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을 가르는 시금석이 됐다고 언급했다. 19세기 고전음악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악기편성이 `현악4중주`였다면 20세기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악기편성은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최초의 밴드는 지난시간에 언급했던 ODJB(Original Dixieland Jazz Band)다. 그 편성을 다시 살펴보면 선율을 담당하는 트럼본, 트럼펫(혹은 코넷), 클라리넷이 있고, 화음을 담당하는 피아노, 그리고 리듬을 담당하는 드럼셋이 있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밴드라 할 수 있고 현대적의미의 대중음악은 바로 이 밴드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드럼셋인데 오늘날까지도 이 악기는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나누는 잣대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대중음악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 바로 이 ODJB의 드럼셋이다.

이러한 밴드편성은 더욱 확장돼 1930년대에 이르게 되면 가히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고 흔히 이 시대를 `재즈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19세기 말 조촐하게 시작했던 이 음악은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이른바 거대한 밴드 즉 `Bigband`는 공룡처럼 거의 모든 Music Field를 초토화 시키는데 어쩌면 재즈가 이 시대를 능가할 만한 성공을 거두기는 앞으로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시에는 재즈가 모든 대중음악의 대명사였고 록이나 팝 등의 대중음악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이었다. 빅밴드의 편성을 살펴보면 알토섹소폰 2대, 테너섹소폰 2대, 바리톤 1대, 트럼펫 4대, 트럼본 4대, 드럼셋, 베이스, 기타, 피아노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앞서 보았던 ODJB의 악기편성이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전히 드럼셋은 그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고 이전에 없던 베이스기타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재즈가 태동하던 1910년대와 20년대에는 사실 저음을 담당하는 악기가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음악가들은 저음의 중요성을 알았고 초기에는 피아노의 왼손이 그 역할을 담당하다 튜바와 같은 악기를 거쳐 비로소 콘트라베이스로 안착하게 된다. 밴드에 있어서 이 베이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 드럼셋의 리듬과 다른 화성악기와 선율악기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드럼셋과 피아노가 함께 연주를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 둘을 연결해 주는 베이스기타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베이스(콘트라베이스)는 드럼셋과 같은 리듬악기 (Rhythmic Instrument)이면서 또한 피아노와 같은 음의 악기(Tonal Instrument)다.

그러면 어떤 악기가 밴드를 위한 베이스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저음의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충분한 볼륨감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너무 소리가 지속적이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저음을 간혹 튜바가 담당한다. 튜바는 매우 지속성을 가진 악기로서 클래식 음악과 같이 흐름을 중요시 하는 음악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튜바는 리듬이 강조되는 대중음악의 베이스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풍성한 볼륨감과 비지속적이면서 리드미컬한 악기, 역시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만한 해결책이 없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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