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유지해오던 주류(酒類) 과세체계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는 어제 당정협의를 거쳐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기존 제조원가에 따른 과세에서 알코올 도수 및 술 용량에 따른 과세로 바뀐다. 정부가 지난 1968년부터 시행해온 종가세 주세 체계가 52년 만에 종량세로 전환되는 셈이다. 종량세 전환으로 국내 주류 시장은 지형변화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주류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주류 종량세 전환은 몇 가지 노림수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종가세 체제는 고품질 주류의 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고 수입 주류와 국산 주류간 과세표준 차이로 과세 불균형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종량세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민들과 밀접한 소주와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시장의 추이를 지켜본 뒤 검토를 한다는 방침이다. 주류 종량세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0개국이 종량세를 시행하고 있다.

주세를 개편해도 일부서 우려하는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오히려 수입맥주와 경쟁을 펼치는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수제맥주에 대한 세금인하 효과가 커 청년들의 수제맥주 창업이 활성화되고 고용창출로 이어지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주류세 개편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율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것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수입 맥주 가격이 오르거나 국산 주류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할 일이다. 주류 업계가 얻는 이익이 좋은 제품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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