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장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장
수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지만 수소를 원소로 인식한 최초의 과학자는 화학혁명의 시대를 연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Lavoisier)였다. 그는 수소를 태우면 물이 나온다는 것도 발견했다. 수소의 영어명 hydrogen은 그리스어의 물을 뜻하는 히드로(hydro)와 생성한다는 뜻의 제나오(gennao)를 합친 것이다. 이렇듯 수소는 그 이름처럼 연소되면 공해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물만 나오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물이나 메탄가스와 같은 다양한 화합물의 형태로 엄청난 양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걸음은 이들 화합물에서 수소를 어떻게 분리해 내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석유화학공장에서 공정 중 발생하는 수소인 부생수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남는 수소만으로는 많은 양을 얻기에 제한적이다. 다른 방법은 천연가스의 주 성분인 메탄에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수증기개질법이다. 이미 공정이 잘 확립돼 있고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보다 값싸게 수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원료로 사용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아무리 기술을 발전시켜도 생산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생산과정에서 지구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생산된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일지도 의문이다.

물은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으며 쉽게 구할 수 있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면 산소만 발생하기 때문에 지구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그래서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면 환경오염을 피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햇빛이나 바람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전기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때에도 그 수요 이상을 생산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남는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어낸다면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라 생기는 전력 계통의 불안정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이용할 경우 얼마나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연간 526만 톤의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수립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 전력공급의 최대 3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가운데 20% 정도를 수소생산에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소의 양은 100만 톤이 되지 않는다. 이는 2040년에 필요한 수소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정부의 로드맵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량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원자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물은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 열을 가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3000℃ 이상의 열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만큼의 열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보다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고온에서 이뤄지는 화학반응을 활용하는 것이다. 원자력을 이용, 1000℃의 열원을 만들고 이 온도에서 이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를 분리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일본과 중국이 앞서 있다. 일본은 1998년에 시험용 원자로를 개발, 운영 중이며 중국은 올해 열출력 250㎿의 실증로를 완공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상당한 기술 축적을 이뤘다. 이제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생산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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