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서른여덟 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다. 5월 달력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학교의 구성원 간 축하, 감사 그리고 존경의 마음을 주고받는 기념일이 잇달아 담겨 있다.

그 중 스승의 날은 다른 기념일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자녀, 부모, 부부 같은 혈연적 가족 공동체 간 관계가 아닌 가정 밖 존재인 스승을 기린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별한 날이다.

스승의 날이 스승 존중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이 날은 순수하게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의 은덕에 감사와 존경의 마을을 전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을 정부가 기념일로 제정 공포한 날이라고 한다.

스승님께 보내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여전하리라 기대하지만, 스승의 날이 언제부턴가 의미가 퇴색되고 그 풍속도 달라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들려온 지 오래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교권이 많이 추락해 스승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형식적으로 하루 스승으로 불리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말씀도 하신다.

사교육의 발달과 함께 학교교육의 가치가 절하되고, 자녀 교육권에 대한 학부모의 목소리도 커졌다. 스마트폰 터치,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웬만한 정보와 관심사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먼저 습득한 지식을 전달하던 선생님의 종래 역할은 변할 수밖에 없다.

교육이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생님의 권위는 낮아지고, 학교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간 상호 존중과 신뢰수준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스승의 날을 얘기하면서 `군사부일체` 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그 옛날 숭고한 스승존경문화를 요즘 똑같이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선생님께 표한 존경과 감사의 과거 의식을 요즘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여러 제도적 제약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선 요원한 일이다. 진심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존경은 존경이 아니다.

하지만 세태가 변하고 세월이 지나도 선생님은 역할과 가치는 변해선 안 된다. 단지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 인격을 형성해주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우쳐 주는 분이다.

헬렌 켈러가 위대한 스승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기적을 만든 것처럼 학교에서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손짓, 말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스며들어 그들의 꿈과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

선생님의 교육이 학생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장차 이 학생들이 주역이 되는 미래 세상도 멋지게 펼쳐질 것이다. 교사, 선생님, 스승은 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개척자이자 버팀목이다.

선생님께 사랑과 존경이 녹아있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정성스레 달아드리던 스승의 날의 본래 교육적 의미를 되새기며 나를 바꿔주시고 내 인생에 큰 울림을 주신 선생님을 찾아뵙고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구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올바르고 참된 길로 안내하기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박문용 대전시 교육복지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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