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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말하라] 역사 속 강자의 시선

2019-05-02기사 편집 2019-05-02 08: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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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중국이 아편 판매를 막는다는 소식에 영국 의회가 논쟁 끝에 중국과의 전쟁을 승인했다. 고종 황제의 사진이 파리 만국박람회장에 걸렸다. 국가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중국에 마약을 팔도록 하고, 대한제국의 황제가 피부색이 백인과 다른 까닭에 구경거리가 됐던 역사다. 역사는 강자 중심으로 구성된다. 역사에서 정치와 경제는 별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강자가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 보자.

"우리는 물자가 풍부하여 없는 것이 없으니, 너희 물건을 얻을 일이 없다. 다만 우리의 차와 자기, 비단은 너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 하여 은혜를 베푸니, 잘 쓰도록 하라" 이 말은 1793년 청나라 건륭제가 영국 왕에게 보낸 국서의 한 구절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이웃 나라를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라고 무시해왔다. 중국인들이 가진 중화주의 사고다.

한편, 유럽은 몽골의 침입을 겪어 동양을 두려워하면서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고 동양을 동경하여 지리상의 발견시대를 열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군사력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고 깔보게 된다. 정체된 동양을 식민지로 만들고는 동양을 구해 주었다고 주장하며 서양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였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에서 서양인들은 동양을 획일적이며 게으르며 정적이라 보았음을 지적한다. 동양에 견주어 서양은 민주적이며 부지런하고 동적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 이후 세계 경제에서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 금융자본은 제3세계 국가에 융자조건으로 민영화, 무역 규제 철폐, 식량 보조금 중단, 공공서비스 축소 등을 시행하라 요구했다. 이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골자로 국제 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 모델로 삼도록 한 거다. 금융자본주의라는 강자의 술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세계 질서를 좌우하고 있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는 21세기 셰일 혁명 진전과 세계 질서의 판을 바꿀 힘있는 미국의 대외 정책을 분석했다. 초강대국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정학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정치와 경제에 우리의 의도를 고려하지 않은 격변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강대국에 의존하는 태도를 현실적으로 따져보고, 힘을 키우려는 자각이 필요한 때다. 마침 한국인의 눈으로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보려는 시대적 요구를 담은 <유라시아 견문 1·2·3>에 눈길이 간다. 유라시아가 미국 패권주의를 벗어나고 있고, 중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유라시아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대국 틈에 낀 우리의 좌표와 방향 설정에 도움받을 수 있다.

아직도 일부 친일파들은 일본이 전기와 철도 등 기간 시설을 만들어 주어 산업화할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는다. 일제 36년간의 억압과 치욕은 기억하지 않는다. 아시아를 서구로부터 구해 주겠다던 일본의 침략 논리는 오리엔탈리즘을 배워 적용한 것이다. 십수 년 전 TV토론에서 어떤 정치인은 강대국의 눈 밖에 나면 나라가 금세 혼란에 빠지거나 망할 듯, 토론자에게 정신 차리라는 투로 발언했다. 서양인이 왜곡한 동양의 역사, 문화, 사상을 배워 온 정치인에게 우리라는 기준이 없었다. 강대국에 의존하려는 사고방식과 세계 인식에 혀를 차야만 했다. 영원한 강대국이나 언제나 우리 편인 나라는 없다. 유비무환과 자강하는 일 만이 대한제국이 겪었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21세기에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역사에서 배워야할 교훈이다.

<독서로 말하라> 著者, 북칼럼니스트 노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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