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정상회담을 하고 북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회담 성격은 김 위원장의 확대회담 발언에 농축돼 있다. "초미 관심사로 되는 조선반도와 지역정세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전략적으로 이 지역 정세와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하고 정세를 관리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이라는 언급에서 비핵화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엿보게 한다. 푸틴 대통령도 "현 상황이 진전의 좋은 전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해 회담의 내용을 짐작케 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처음으로 최근 비핵화 정세를 둘러싼 위기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넓혀보더라도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8년 만이다. 회담에서는 하노이 핵딜 무산 이후 난관에 부딪힌 비핵화 문제가 집중 논의됐음 직하다. 그동안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 같은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 끌기 차원에서 푸틴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게 절실하다.

북미 3차 정상 회담 이후 한국과 북한, 미국 사이의 대화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을 비핵화 달성의 지렛대로 삼는 게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에서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고, 한반도 안보 정세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 국면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물밑 대화로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을 중심으로 다자 외교 무대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에 대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김 위원장도 우군에 매달리기 보다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게 근본적 해법임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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