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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문학] 나의 해외출장 트라우마

2019-04-25기사 편집 2019-04-25 08: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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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의류 무역업인 나는 해외출장을 자주 다닌다. 처음 출장을 다닐 때는 회사일보다도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거나 쇼핑을 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차라리 출장을 빙자한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출장 목적을 수행하기 전에 관광이나 쇼핑등 사적인 일정은 전혀 잡지 않는다. 이것은 나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서 배운 하나의 원칙이다.

출장은 주로 나보다 네 살 연장자인 팀장과 같이 간다. 몇 년 전 그녀와 단 둘이 미국 출장을 갔을 때 일이다.

뉴욕에서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고, 뉴저지에서 신상품 컨퍼런스를 한 후 돌아오는 스케줄이었다. 우리는 뉴욕에 도착해서 여느 때처럼 바이어 미팅은 서둘러 끝내고, 현대 미술관에 들렀다가, 비몽사몽간에 뮤지컬을 보고, 타임스퀘어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센트럴 파크를 걸었다. 또 상점 문이 닫힐 때까지 쇼핑을 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뉴욕에 오겠냐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차를 렌트해서 뉴저지로 가는 길에 우드베리 아울렛에 들러 쇼핑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을 하러 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우리는 서로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와보니 차 앞 유리에는 주차위반 티켓이 꽂혀 있었다. 허겁지겁 주차한 곳이 핸디캡 주차 공간이었다. 돈을 번 건지 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뉴저지로 가는 동안 팀장은 졸음을 쫓으며 간신히 운전을 했고, 옆자리에 앉은 나는 시차를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 없이 잠을 잤다. 새벽에 뉴욕을 출발해서 해질 무렵 뉴저지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방에서 새로 산 옷과 신발, 가방을 걸치고 패션쇼를 하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출장의 일상이었다. 다행이 내일 컨퍼런스가 오후 한 시라서 느긋하게 일어나 바이어 사무실로 가기로 했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의 나락으로 깊이 떨어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새벽인 줄 알았다. 창문마다 암막 커튼이 쳐진 호텔방은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었고, 팀장은 아직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커튼 사이로 새하얀 빛이 조금 새어 들어왔다. 복도에서는 사람들 발소리가 났다. 나는 순간 기분이 묘해져서 시계를 보기가 두려웠다.

그때 팀장이 몸을 뒤척이며, 잠에 취한 목소리로 몇 시냐고 물었다.

으악! 우리 둘은 동시에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십 분전 오후 한 시였다. 우리는 이불을 박차고 침대를 뛰어 내려와 소변을 볼 틈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걸치고, 부리나케 바이어 사무실로 출발했다. 바이어의 리더십 팀과 본사의 임원들이 화상으로 모두 참석하는 신상품 프리젠테이션이라 늦으면 바로 사장에게 보고가 갈 터였다. 눈앞이 캄캄해 왔다.

바이어 사무실로 가는 십 분이 열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운전을 하던 팀장은 왜 알람을 안 맞춰 놓았냐고 나를 나무랐다. 둘 다 알람은 맞춰 놓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결에 꺼버린 것 같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바이어 사무실에 도착하자 인포메이션에서 다행이 앞의 미팅이 조금 늦어졌다고 했다. 우리는 지정 받은 쇼룸에 빛의 속도로 샘플을 전시했다. 마지막 샘플을 행거에 막 걸었을 때 열명 남짓 되는 바이어와 사장단이 쇼룸으로 들어왔다. 준비한 것과는 다르게 어찌어찌 프리젠테이션은 했지만 컨퍼런스가 다 끝날 때까지도 심장 박동수는 잦아 들지가 않았다.

미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이 일은 퇴사하는 그날까지 비밀에 부치자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배꼽을 잡고 웃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출장을 가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개인적인 일을 본다. 쇼핑과 관광에 에너지를 너무 탕진한 나머지 정작 출장 목적인 미팅을 망쳐서는 안될 일이다. 공적인 출장을 가서 내 본분을 잊어버리고 개인의 사사로운 물욕만 채웠던 것은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팀장과 나 외에는 아무도 그날의 일을 모르지만, 출장을 갈 때면 잊고 있었던 뉴저지의 악몽이 지금도 여지없이 떠오른다.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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