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진화

아름다움의 진화.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596쪽/ 2만 5000원

"신체적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들이 장내 기생충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진화적 방법이에요."

2013년 프린스턴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밴 버냉키(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는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명심할 점에 대해 이같은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은 외형의 아름다움이 육체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정직한 신호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런 `적응주의` 이론에 따르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동물들의 `성선택`은 결국, 적자생존의 법칙에 기초한 `자연선택`의 부수적인 곁가지에 불과하다. 심지어 생물학자들 사이에까지도 이런 믿음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꽃, 동물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물학적 아름다움을 본다.

생물계에서 보는 장식물의 엄청난 다양성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은 과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있는 생각 중 하나다. 이 발상은 생물학 전체를 통합했으며 인류학·심리학·경제학·사회학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바마 정부 시절, 예일대학교의 `오리의 생식기 연구`에 정부 예산을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덕페니스게이트`라는 조롱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리의 생식기 연구는 생물 진화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으로 가득한 보고다.

그동안 동물행동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강간과 비인간 동물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강제교미를 같이 취급하는 건 인간의 강간이 갖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가려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봤지만 오리나 바우어새, 침팬지 등 비인간 동물 역시 강압적으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을 피하는 등 성 갈등 양상을 갖고 있다.

저자인 프럼은 예일대학교 조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피바디 자연사박물관의 척추동물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공룡의 깃털과 그 색깔을 밝혀내는 데 기여한 저명한 조류학자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리남과 안데스산맥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새들이 선보이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그는 모든 자연의 경이와 아름다움이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작 자연선택과 성선택 개념을 처음 제시한 다윈은 결코 성선택을 자연선택보다 낮춰 보지 않았다.

다윈이 제안했던 `성선택`은 `자연선택의 힘을 진화의 원동력으로 간주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생물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도 부족하다`고 인정해 신다윈주의자들에게 특히 위험하다.한마디로 `성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는 위험한 이론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연계에 나타난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윈의 미적 진화 이론을 생물학과 문화의 주류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게 저자가 제시하는 부분이다. 그는 다윈의 잊힌 이론인 `성선택`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성선택은 결코 자연선택의 시종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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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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