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등 모르쇠 4월 국회 빈손 우려

주식투자 논란을 빚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인해 4월 임시국회가 길을 잃었다. 지난 8일 소집된 이후 열흘이 넘도록 의사일정 조차 정하지 못했다. 민생·경제법안에 대한 처리방향도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올 들어 두 달이나 공전했다. 3월 국회도 미세먼지법 등 일부만 처리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회를 가동할 생각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이월된 민생·경제법안과 미세먼지 대응 및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 등이 기다리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시급성을 요한다.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한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처벌 유예가 지난달 말로 이미 종료됐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여야의 이견으로 처리가 불투명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내년 최저임금 법정시한인 오는 6월까지 논의를 마칠 수 있다. 유치원 3법, 택시업계 지원법,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데이터경제 활성화 3법 등 혁신·투자 활성화 관련 법안 등도 차일피일 미뤄져온 것들이다. 추경도 시급하다.

그럼에도 여야는 요지부동이다. 정치를 떠나 정쟁으로 지새우고 있다. 4월 국회를 멈칫하게 만든 이미선 후보자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이 후보자들 둘러싼 공방은 가치의 충돌이라기 보다는 여권의 정치적 이해와 야권의 피해의식이 결부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느냐는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흠결을 드러내 망신을 주겠다는 곁가지에 몰두하고 있는 행태가 이를 입증해 준다. 더욱 한심한 것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지고 논리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야당일 때 용납하지 못했던 것을 여당이 됐다고 해서 용인하고, 여당일 때 묵과했던 부분을 야당이 되자 문제를 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하니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문제점은 이미 노출되어 있다. 지나친 사생활 노출에 따른 인민재판 논란, 자료 제출의 법제화 미비와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부실,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 등의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19대와 20대 국회에 청문회법 개정안이 40여건이나 발의되어 있다. 이들 개정안에서 공통점과 특장점을 간추려 처리한다면 현행 청문제도의 맹점을 간단하게 보완하고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적극적으로 개정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치는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이나 득실을 염두에 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입만 열면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 행태는 정반대다. 이들을 선택한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서글프고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정국이 경색되고 있지만 여야가 쉽사리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에서 기인한다. 여야의 최대 관심사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총선 앞 정기국회를 즈음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조급성은 강 대 강 대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끌려다녀야만 했던 종래의 학습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타협보다 막장 대치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프레임을 짜놓고 그 안에 모든 정치적 논의를 대입하고 있다는 점이 다. 정치권이 앞장서 좌와 우를 가르며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다. 정치·사회·경제적 양극단의 논리를 앞세운 프레임으로 국민들의 편을 나누고 줄을 세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좌파독재니 극우망동이니 하는 여야 지도부의 발언이나 행태에서 그 것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이미지 정치가 일반화하면서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 미래는 더욱 암울해 보인다. 김시헌 서울지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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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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