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치즈 뿌린 치킨, 오븐 구이치킨, 파닭, 고추치킨 등등 열 가지 치킨이 상자 채 놓여있다. 진행자는 하나씩 설명을 하며 치킨들을 야무지게 먹기 시작한다. 바삭한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뚝뚝 떨어지는 양념을 보여주기도 한다. 먹는 틈틈이 치킨들의 맛을 설명하고 브랜드끼리 비교도 한다.

1인 방송을 넘어 공영방송에서도 맛집을 찾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잘 먹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는 연예인도 생겼다. 2016년 CNN 방송에서 `Mukbang`이라는 용어로 소개를 하면서 이젠 `먹방`은 이미 유행을 넘어 전세계적 열풍이 됐다. 인터넷 사전에 먹방은 `많은 양의 음식을 재미삼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에서 유래한 동영상이나 생방송`이라고 정의돼 있기도 하다.

얼마 전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으로 TV나 인터넷 방송 등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는 발표와 함께 `먹방규제 반대`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그야말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현재 30%를 넘어섰고, 이 추세대로라면 고도비만 비율이 2030년에는 약 2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긴 하다. 1인 방송 먹방에서 한 번에 먹는 열량은 대략 추산해 봐도 5000 칼로리 내지 1만-2만 칼로리는 돼 보인다. 나트륨 역시 적정섭취수준의 10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 한밤중 먹방을 보다 참지 못하고 라면을 끓인다거나 치킨 배달을 시키기도 하고, 먹방 진행자들의 건강이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먹방 시청이 식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먹방 시청자들의 식습관이 어떤지에 대한 체계적 연구 결과는 찾을 수가 없었다. 먹방의 시청동기가 1인 가구나 혼밥족의 증가와 함께 `정서적 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고, 다이어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나 경제적 불황에 대한 `대리 만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디어와 접목된 이 먹방을 현대 사회에 등장하는 새로운 음식문화로 받아들여야 할지, 웰빙 열풍으로 맛 보다는 건강한 음식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추구하는 문화에 대한 반발로 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먹방 역시 나름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맛있게 먹고 많이 먹고 하는 것 말고도 새로운 음식이나 음식에 대한 유래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기도 한다. 외식업계에서 새로운 식품 개발에 활용되기도 한다. 또 먹방의 세계적 유행을 타고 한국 음식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왜곡되는 부분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건강상의 우려 사이에서 먹방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 `심증`이 아닌 과학적 `물증`에 근거를 두고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이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다.

김기남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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