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와 기본 소득]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지음/ 박영준 옮김/ 갈마바람/ 388쪽/ 1만 8000원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과거 택시 운전은 꽤 높은 수준의 숙련도를 요하는 직업이었다. 손님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단 시간에 운전해가려면 오랜 학습과 경험으로 도로와 교통 상황을 꿰뚫고 있는 이만 가능했던 직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누구나 베테랑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다. 거기에 고객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플랫폼이 더해지면서 차량 공유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택시기사라는 직업의 불안정성은 커졌다.

택시 업계의 불안정성은 최근 카카오톡이 차량 공유 카풀 서비스 도입을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이런 일들도 역사의 한켠으로 밀릴 것이다. 차를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테니까.사회적 갈등까지 야기시키는 직업의 불안정성은 앞으로 사회의 일정한 틀을 뒤흔들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테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서비스노동조합을 이끌면서 `미국 노동조합의 역사를 새로 쓴 대담하고 통찰력있는 리더`로 불린 앤디 스턴이 노동의 미래를 탐구한 5년 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AI와 로봇이 주축이 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경제와 노동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혼란을 초래하겠지만 과거 산업혁명 때도 그랬 듯, 결국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들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복지 혜택을 받는 그런 일자리들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인간 노동자는 어떻게 해서든 줄여야 할 비용일 뿐이다.

저자는 미래 사회는 자칫 `고부가 가치 직업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고소득자`와 `수많은 실업자`들만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사회로 전락할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의 실행`을 주장한다.

프로테스탄트적 노동관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상식이 굳혀진 사회에서 기본 소득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기란 쉽지 않지만 노동환경이 완전히 뒤바뀌는 변곡점의 시대에, 기본 소득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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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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