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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입 안의 가시

2019-04-05기사 편집 2019-04-05 03: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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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유묵에 새겨진 글귀다.

문득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 오대수는 15년 동안 사설감옥에 갇혀 지낸다. TV 한 대가 세상이 변해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긴 감금의 시간 끝에 풀려난 그는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는다. 이들의 육두문자를 듣고 나서 오대수는 마음 속으로 읊조린다. "처음 듣는다. TV에서는 욕을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입 안의 가시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뜻한다. 몇해 전 국립국어원의 청소년 언어실태 조사에서 초·중·고등학생의 95%가 일상에서 욕설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대화하는 횟수가 많은 자녀일수록 비속어 사용 횟수는 적었다.

인간의 두뇌는 많이 접하는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주 사는 물품이 추천 상품으로 제시되는 방식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보다 가족과 대화가 현저히 줄어들고 또래와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부모가 아무리 고운 말을 써도 무의식적으로 비속어를 쓰게 되는 이유다.

책은 풍부한 어휘를 담고 있다. 고전일수록 더욱 정제되고 품격 있는 정보를 준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 뇌 속에서 비속어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말씨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진다.

독서는 또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작가들은 문장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위해 적게는 서너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에 이르는 어휘들을 고민한다.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이 주는 정보는 차이가 크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다. 치열한 여름을 견뎌내고 선선한 바람에 기대 책장을 넘기기 좋다. 그러나 햇살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봄도 책과 친해지기 손색 없다.

9월이 독서의 달이라면 4월은 책의 달이다. 유네스코는 1995년 매년 4월23일을 책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 이래 한국도서관협회의 주관으로 매년 4월 12일부터 18일까지의 1주간을 도서관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4월에 들어서면서 지역 곳곳 도서관들마다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아 입 안에 꽃씨를 심어 보는 건 어떨까.

이용민 지방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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