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우안과 좌안 와인의 대표격인 등급와인의 수준을 비교하면, 쌩떼밀리옹의 1급A(4개)는 메독의 1등급(5개)에, 쌩떼밀리옹의 1급B(14개)는 메독의 2등급(14개)에 견줄 수 있습니다. 끌로 푸르테(Clos Fourtet)는 직전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샤또 피작처럼 쌩떼밀리옹의 1955년 첫번째 등급 선정부터 1급 그랑 크뤼 클라세를 받아 계속 유지해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 유학시절 파리 교포사업가 집에 초대받은 저녁 식사에 곁들인 끌로 푸르테 1989에서 평범한 와인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맛보고 놀랐었기에, 제게 끌로 푸르테는 쌩떼밀리옹 1등급B를 상징하는 와인입니다.

쌩떼밀리옹 마을에 인접한 끌로 푸르떼의 명칭은 중세에 쌩떼밀리옹의 북쪽 입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군사기지(CampFort)에서 유래했습니다. 실제로 돌담에 둘러싸여 있기에, 여타 와이너리처럼 이름 앞에 샤또를 쓰지 않고 끌로(Clos, 울타리 처진 포도밭)를 사용한 듯합니다.

쌩떼밀리옹 최상급 샤또들이 분포한 2개 지역의 하나인, 쌩떼밀리옹 마을을 끼고 도르도뉴강이 내려다 보이는 남향 경사면 지역의 한 복판에 위치한 대표 와이너리 1급A 샤또 오존의 위쪽 석회암 언덕이 끝나는 지점에 끌로 푸르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쌩떼밀리옹 성당에 인접한 끌로 푸르테의 6~12미터 깊이의 지하 석회암 동굴 공간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피해자들의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했답니다. 현재 이 지하 공간은 끌로 푸르테의 250개 오크통 숙성실과 10만병 정도의 와인 저장고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석회암 점토질의 훌륭한 토양과 지하 동굴에서의 와인 제조와 숙성의 장점으로 끌로 푸르테는 파리와 보르도 박람회에서 3차례(1867/1895/1900년) 금메달을 획득하였고, 1919년 와이너리를 인수한 페르낭 지네스떼(Fernand Ginestet)는 이 3개의 메달을 표시한 독특한 라벨을 사용하여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1949년 보르도 대표적인 와인 가문 루르똥(Lurton)이 샤또 마고의 40% 지분을 대가로 치루면서 지네스떼 가문으로부터 끌로 푸르테를 인수하였고, 위에 언급했듯이 쌩떼밀리옹의 1955년 첫번째 등급 심사에서 1급 그랑 크뤼 클라세를 받았습니다. 1973년부터는 뻬싹-레오냥 와인 AOC 명칭을 탄생시킨 `보르도 와인의 대부` 앙드레(Andre) 루르똥이 와이너리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조카 피에르(Pierre) 루르똥은 1980년부터 끌로 푸르테에서 11년간 와인메이커로서 경력을 쌓아, 34세에 샤또 슈발블랑에 스카웃되었고 2004년에는 샤또 디켐도 총괄 책임자도 맡았습니다. 피에르 루르똥은 본인이 만든 최고의 와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년에 나올 와인"이라고 답해, 매년 더 나은 와인을 만들려 노력을 하는 마음가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와이너리에서 시음한 끌로 푸르테 2008은 메를로 비중이 87%이기에, 오전에 맛본 샤또 피작의 3품종 균형적 구성(까베르네 쏘비뇽 35%, 까베르네 프랑 35%, 메를로 30%)의 스타일과 좋은 대비가 되었습니다. 끌로 푸르테 2009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아서, 2009년 동일 빈티지로 100점을 받은 4개 샤또들, 꼬스 데스뚜르넬(쌩떼스떼프), 레오빌 뿌아페레(쌩줄리앙), 빠쁘 끌레망(뻬싹-레오냥/화이트), 스미스 오 라피트(뻬싹-레오냥)과 같이 5병 패키지로 팔고 있는 매력적인 상품 구성이 있었지만, 제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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