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진(進) 건강법으로 9988234하자` 라는 건배 구호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매일 한(一)가지씩 좋은 일을 하고, 열(十)사람 만나며, 백(百)자 쓰고, 천(千)자 읽고, 만(萬)보씩 걸으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마감한다는 말이다. 일본의 도쿄건강장수연구소에서 낸 12가지의 건강가이드라인 수칙에 의하면 `하루 한 번 이상 외출하며 어울리고, 근력과 보행력을 키우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라`는 것이 있다. 그러면 몸 건강은 물론, 동네사람과 거리를 많이 알게 돼 기억력에도 도움이 되어 인지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치매 줄이는 3대 요소에도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어울림이 들어있고, 뇌 나이를 되돌리는 뇌춘(腦春)에도 친구 만나기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4명 중 1명은 독거, 2명 중 1명은 영양실조, 5명 중 1명은 우울증, 10명 중 1명은 인지증이다. 어려운 상황이다. 또 노쇠 인구의 수는 245만 명에 달해 65세 이상 인구의 33%다. 원인의 반 이상은 움직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고령자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 비율은 33.7%에 불과하다는 자료도 있다. 100세 건강시대를 살아가려면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 두 손 비벼 마른세수하고, 귀 문지르며 잡아당기기와 발바닥 마주치기 등. 7분간 움직여 몸을 깨운 후 일어나자. 게으름피우면 말년이 괴로워진다. 활동부족이 음주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활동 습관을 만든 후 서서히 넓혀 보자. 우선 만보기 차고 주변을 걷자. 또 멀리 사는 친구도 만나러 가보고 시집간 딸네 집도 찾으며 끊임없이 움직이자. 요즈음 노인들이 요리 강의에도 많이 나오고, 노년 최고의 운동이라는 춤 배우기도 유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농사일하며 움직이고 있는 귀촌인구도 늘어가니 다행이다. 일본 신슈대학은 하루에 30분 이상 걸으면 1인당 연간 의료비가 20% 줄어든다는 연구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65세 이상이 전체인구의 28%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일본에는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촘촘하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쇼핑을 해주고, 행사장까지 데려다 주는 일, 전화 걸어 안부를 전하거나, 그냥 이야기만 들어주는 일, 편지를 써 주는 일까지.

다양한 봉사 활동이 노인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우리의 경노당을 벤치마킹한 살롱(salon)문화도 확산되어 전국에 6만여 개가 있다. 이곳에서 장기도 두고, 꽃꽂이를 하며 움직이고 있다. 또 정보 공유와 공동 구매하는 품앗이 형태의 상부상조도 하고 있어 일석이조다. 행정기관에서는 빈 공간을 대여해 주고 있다. 우리도 과감히 벤치마킹할 부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대전의 끝자락 서구 기성동에는 29개의 요양원 등 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환경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인구가 점점 줄어 3800명인데 그 중 1500명이 요양원 등 시설 입주자입니다" 박문규 동장의 말이다.

일본의 경우 노인들의 80%는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될까. 우리시대 고령자들의 하나같은 염원은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든 시설에 가지 않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쓰면 가능하리라. 훗날 마을의 시설들이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보자.

노인의 건강이 국력인 시대가 되었다. 이들이 움직여야 경제도 살고 의료비와 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이웃과 어울려 운동하고 봉사하는 주거 밀착형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또 집에서 디지털 실버기술을 적용한 기기들이 활용되도록 하자. 만물이 꿈틀대는 봄이다. 몸을 움직여 근력과 근육을 키우는 일상으로 100세 건강 인생 시대에 낙오되지 말자.

김현중 대전시외국인투자유치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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