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없는 인생 기획] 도영태 지음·김영사·288쪽·1만5800원

K씨는 이제 몇 개월 후면 직장에서 은퇴를 하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다가오는 퇴직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한숨이 지어진다. 20여년 간 직장에 충성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단 한번도 한눈 팔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런 자신에게 돌아온 건 결국 명예퇴직이라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게 성실히 산 그에게는 작은 아파트 한 채와 얼마 되지 않는 명예퇴직 자금이 고작이다. 아직은 일해야 하지만 평생 사무직에만 종사했던 그에게 이렇다 내세울 만한 특별한 기술이 없다는게 재취업의 발목을 잡았다. K씨가 받고 있는 퇴직자 교육은 이러한 상황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으니 인생을 즐기라`는 당연한 이야기만 쏟아낸다. 그럴수록 그는 더 우울해지고 불안감만 커진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200만 베이비붐 세대, 이른바 베이비 부머들이 쓰나미처럼 퇴역 전선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미리미리 제대로 퇴직을 준비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신간 `퇴직 없는 인생 기획`은 퇴직 후 40-50년이라는 긴 시간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을 담았다.

저자 도영태 소장은 기업과 기관, 학교 및 단체에서 20년 동안 이 문제를 강의해 왔으며 직장인들의 교육 컨설턴트이자 `기획의 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책은 그가 현직에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산관리와 재테크만이 아닌 종합적인 퇴직 기획` 강의를 다듬어 엮었다.

저자는 `현직일때 열심히 일만 하라`는 말은 시대 착오적인 주장이며, 퇴직 후 40-50년이라는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생의 고수라고 말한다.

진정한 인생의 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퇴직전에 `기획`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 기획은 현직일때 시작해서 마쳐야 한다고 제시한다. 미래 먹거리 1기는 입사 후부터 조금씩 구상해 스타트해야 하고, 퇴직 5년 전부터는 골든타임으로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현직에서는 투잡이 되고 퇴직해서는 전문잡이 돼 줄 수 있다.

퇴직자들이 생각해야 할 콘텐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일, 관계, 여가, 재무, 건강이 그것.

저자는 이 중 일에 가장 큰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퇴직 후에 이렇다 할 일이 없으면 나머지는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저자는 일의 개념을 꼭 돈 버는 데 두지 않는다. 일의 개념이 돈, 지위, 사회적 인정 등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할 거리, 소속감, 관계, 봉사, 헌신, 정체성 회복, 자아실현 등 욕구 충족이라는 역할을 새롭게 포함한다. `일=직업`에 한정됐던 개념을 `일=활동`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

결국 퇴직 후 삶은 `미리미리, 어떻게 구체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퇴직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퇴직 예정자들과 미리미리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고 싶은 30-40대 직장인들에게 GPS가 돼 줄 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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