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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산길을 걸으며 남긴 추억

2019-03-26기사 편집 2019-03-26 08: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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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성격은 변한다고 한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나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비록 가까운 친척이어도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부끄럼을 많이 탔다. 그런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에는 비교적 혼자 있는 것과 혼자만의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너나들이 친구와 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다.

나는 대학에 입학한 이래 여러 목적으로 국내외의 여러 산을 꽤 자주 찾았다. 처음 시작은 단과대학의 산악회였지만 산에 오르며 흔히 그 산에는 어떠한 식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숲의 구조는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대자연의 멋을 느끼느라 한눈파는 경우도 많았다. 몽고의 초원지대를 지나며 끝없이 펼쳐진 노랑어리연꽃의 세상을 보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기차와 자동차로 록키산맥을 넘고 또 걸으면서 우리나라의 자연은 매우 깨지기 쉬운 유리잔이라 느꼈다. 때로는 러시아의 우수리 지방과 같이 추운 곳에서 활개를 쳐야 할 깽깽이풀을 대구나 청송의 산기슭에서 볼 때도 꼭 그런 느낌이었다. 캄차카반도나 북해도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눈잣나무를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보며 본거지를 떠나 자라는 이 나무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자생지에서 만병초를 채집하기 위하여 언젠가 중국 운남성에 있는 쿤밍식물원의 도움으로 미얀마 국경지대 가까이 까지 간 적이 있다. 채집 도중에 해발 4100m 지점에서 일행과 벗어나 한나절을 혼자 지냈다.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벌목하는 노동자 한 무리를 만났다. 그들과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아주 남루한 차림새였지만 잔뜩 손때 묻은 컵에 따뜻한 차를 건네는 마음만은 선남들이다. 며칠 전에는 내년 4월에 우리 수목원에서 열릴 세계목련학회 준비를 위하여 지리산 노고단에 올랐다. 45년 전에 군 복무 중 노고단에서 일정 기간 두 차례 파견근무를 했었기에 그곳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과 같다. 아직도 노고단 중턱에는 예전에 미국의 선교사들이 사용했고 당시 내무반 막사로 쓰던 건물의 벽체가 남아있다. 옛날 산장으로 쓰던 건물은 없어졌지만 건물 입구에는 두 그루의 구상나무가 있다. 당시에는 묘목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이젠 올려다보아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많이 자랐다.

나는 흔히 산에 오르는 일을 인생에 비교한다. 우선 인생은 마음먹기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산길을 잘 걷는 것은 체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정신력도 크게 좌우함을 흔히 경험한다. 어느 땐 아무리 험하고 먼 산길을 걸어도 크게 지치지 않지만, 때로는 오르기에 좋은 산인데도 겨우 몇 킬로미터만 걸어도 꽤 피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체력보다는 당시의 정신력에 좌우되었을 것이다. 산속에 난 여러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면 큰 산을 택하여 일정 거리나 시간만큼은 꼭 혼자서 걸어 보도록 권한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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