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천수만 간척지 염해를 놓고 인근 부남호를 관리하는 현대농장과 주민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부남호 보(洑)가 트이면서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유입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반면 현대농장은 보를 개방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이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천수만 B지구 농지(1188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부남호는 최대 2110만 톤의 담수능력과 1.2km에 이르는 제방에 3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현대농장이 2012년 3개 보 중 2개 보 4곳을 트면서부터 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를 트기 전까지만 해도 6600㎡당 4.5 가마의 쌀을 수확했지만 이후 3 가마로 줄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소출이 줄어든 데에는 보에 있던 서로 다른 염도의 바닷물이 뒤섞여 상승 평준화되면서 간척지 전체에 피해를 줬다고 한다. 실제 부남호 방조제를 기점으로 염도를 측정한 결과 상류 쪽에선 5600ppm, 중류 5000ppm, 하류에서 4400ppm이 조사돼 농사에 쓰이는 적정 염도 800ppm-2800ppm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농업용수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한데도 현대농장이 보인 태도는 주민들의 감정을 더 사게 했다. 상류 쪽 저지대 침수 피해야 있을 수 있다손 치더라고 제방에 낚시꾼이 많아 관리하기 힘들어 보를 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궤변에 가깝다. 보를 튼 것과 염해 피해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줄곧 펴는 걸 보면 농민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도 든다.

다행인 것은 벼 재해보험이 시작된 2016년부터 최근 3년 사이 70억 원이 넘는 염해 보험금이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 현대농장이 더 이상의 생떼 주장을 펴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라도 현대농장은 부남호 제방 관리 부실로 염분 피해를 키운 걸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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