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로컬푸드`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꽤나 생소하게 느꼈던 단어다. 우리말로 `지역 먹을거리`, `지역 먹거리`, 혹은 `가까운 먹거리`를 의미하지만, 이제는 로컬푸드로 굳어져 버렸다. 비록 외래어이긴 하지만, 로컬푸드라는 단어는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있어 유용한 측면이 있다. `로컬푸드`는 `글로벌푸드`와는 대립되는 지점에서 우리의 농업과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푸드의 속성을 고민해 보면 로컬푸드의 지향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푸드`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세계화된 먹거리, 그리고 이에 종속된 농업을 의미한다. 글로벌푸드의 특징은 국경을 넘나드는 먹거리, 기업이 주도하는 먹거리, 거대 종자업체와 농화학업체가 지배하는 먹거리, 단작중심의 먹거리, 대형유통업체가 유통의 중요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먹거리로 요약된다. 글로벌푸드는 정체불명의 먹거리, 이윤이 목적인 먹거리, 생태파괴의 먹거리, 농민과 소비자를 멀어지게 만드는 먹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농업·농촌·농민의 몰락과 위기도 심각해졌고, 식탁의 신뢰도 무너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로컬푸드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한반도 전체가 로컬인데, 무슨 로컬푸드냐고 빈정대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푸드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먹거리가 우리의 농업과 식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로컬푸드운동은 국토의 크기와는 관계없다고 할 것이다.

로컬푸드는 얼굴있는 먹거리다. 누가, 어떻게 농사지은 것인지를 알 수 있기에 믿을 수 있는 먹거리이기도 하다. 익명 속에 감춰진 먹거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라 하더라도 로컬푸드라고 할 수 없다. 친환경농산물이 로컬푸드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러한 지향성을 갖는 것이 로컬푸드이기 때문에 로컬푸드 인증을 통해서 먹거리의 신뢰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운동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농산물개방정책이후에 수입농산물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매우 높아졌다. 원산지 관리도 제대로 되지 못한 탓에 우리 농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대량의 수입농산물로 농가는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 그동안 한국은 주산단지 육성을 통한 규모화를 지향하는 농정이 주류를 이뤘고, 이로 인해 지역의 시장에서 다양한 품목의 지역농산물을 구경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농업과 먹거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로컬푸드운동이다.

초기의 우리나라 로컬푸드운동은 우리보다 앞서서 실천해 온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많은 것을 벤치마킹하면서 터를 닦았다. 유럽의 농민시장, 일본의 직매장과 학교급식, 미국의 CSA(지역사회지원농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들이 고민했던 부분들을 한국에서는 늦긴 했지만 이를 보다 통합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고민들이 더해지면서 현재 한국 로컬푸드운동은 역으로 이들 나라에 우수 사례로 알려지기에 이르렀다. 로컬푸드운동을 지렛대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체계를 구축하는 고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직매장이나 꾸러미 등을 넘어서 친환경무상급식과 로컬푸드의 결합 등 새로운 시도들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농상생 공공급식`도 산지 여러 지자체에서 구축된 기반을 근거로 가능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구축할 있었던 것도 로컬푸드운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서울시 공공급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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