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사귀지는 않는 애매한 관계. 핑크빛 감정은 주고 받지만 사랑은 표현하지 않는 사이. 보통은 이를 가리켜 `썸 탄다`고 한다.

지난 1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Nice `n` Easy` 공연이 바로 그러했다. 2시간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간지럽혔지만, 썸 타는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연인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연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확실한 한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바리톤 성악가에서 재즈싱어로 변신한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공연의 시작점은 기대감이었다. 첫 곡 `Too close for comfort`의 연주가 시작되고 첫 음을 냄과 동시에 탄성이 나왔다. 꽉찬 완벽한 저음에 어깨와 붙은 것 같은 손과 130㎝에 달하는 키 등 외형적 장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아노와 드럼, 더블베이스로만 무대를 구성했지만 토마스만이 풍길 수 있는 아우라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를 가득 채우면서 `아티스트는 예술로 말한다`는 명제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기대감이 물음표로 바뀐것은 1부가 끝난 지점이었다.

리듬을 이리저리 쪼개고, 음절이나 의성어를 가지고 새로운 선율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스캣` 보다는 여전히 성악 창법을 고수했다. 성악가인 바리톤 토마스 공연을 보러 온것인지 재즈 공연을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모호했다.

시간과 장소도 아쉬움이 남는다. 토마스 공연은 오후 5시. 한겨울 짙은 어둠이 깔린 뉴욕의 뒷골목 스산한 재즈 바를 연상하기에 밖은 따뜻했고, 환했다. 재즈공연은 클래식 공연과 달리 시간, 장소, 계절적 요인에 따라 관객의 티켓 구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인물 스토리는 있지만, 국내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뮤지션과 재즈 공연을 아늑함을 주는 앙상블홀이 아닌 아트홀에서 진행한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대전과 서울 홍콩 등 아시아 중 단 3개 도시만 투어하는 일정에 따라 대전예술의전당이 시간과 날짜 등을 선택할 권한이 없는 물리적 한계는 있었다. 이날 공연은 약 600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재즈 싱어로 변신한 토마스 공연이었지만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볼프강 하프너`의 드럼쇼가 더 각인된 것도 이 공연이 가진 한계점이다. 2시간 내내 영화 `위플래쉬` 주인공의 신들린 드럼쇼처럼 볼프강은 뿅망치로 무릎을 두드리고 토마스의 이마를 때리며 객석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며 흥을 돋웠다. 더블베이스 세션 `디터일그`가 현을 손으로 듣는 피치카토와 활의 탄력을 이용해 줄 위를 퉁기는 스피카토를 선보이며 막간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 모든 소리는 다소 과했던 드럼소리에 묻혀 악기간 밸런스에 아쉬움을 남겼다. 최고의 재료가 있어도 부재료가 완벽하지 않으면 그저그런 음식이 되듯, 관객과 썸만 타다 끝났다는 인식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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