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칼럼에서는 음악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선율`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지금 주변에 라디오가 있다면 한번 켜서 음악이 나오는 주파수에 맞추어 보자. 아니면 21세기에 걸맞게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에 접속해보자. 그리고 예를 들어 어떤 가수의 발라드를 검색하고 재생했다고 치다. 제일 먼저 귀는 사람목소리에 쏠리게 되고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랫말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작곡가들은 좀 다르다. 작곡가들은 어쩌면 그 노래의 화성진행을 먼저 관찰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그 화성진행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음악에 있어서 선율 즉 멜로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화성 혹은 화음이다. 영어로는 하모니(Harmony) 혹은 커드(Chord)라고 지칭하는 이것은 한마디로 선율의 배경이다.

아니면 노래의 반주(Accompaniment)라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가끔 반주 없는 노래 즉 화음의 배경이 없는 음악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리 한국음악의 산조 같은 음악이다. 예를 들어 대금 산조를 들어보면 사실상 그 대금 선율을 반주하는 화음진행은 없다. 그러나 장구와 같은 타악기의 리듬적 반주는 존재한다. 물론 아예 아무런 반주가 없고 길다란 선율로만 되어있는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9세기경 유럽)와 같은 음악도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수도승들이 그들의 성무일과(Canonic Hour) 즉 수도승들의 매일의 일과에 사용되는 무반주 제창곡인데, 화성이나 다른 보조적 음정이 일체 배제된 하나의 선율적 향연이다. 이러한 음악을 단선음악(Monophony)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다 함께 무반주로 애국가를 제창한다면 이것도 하나의 단선음악이 되는 셈이다.

인류는 혹은 서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지루한 단선의 종교음악 시기를 약 천년 정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선율에 또 하나의 선율을 덫 붙이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를 오르가눔(Organum)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AD13세기경 프랑스 노틀담 성당의 음악가들에 의해 그 정점에 이르는데 대표적인 작곡가는 페로티누스(프랑스)이다. 이 방식은 하나의 선율의 아래에 또 하나의 음정을 부가함으로써 보다 풍성한 소리를 얻고자 했다.

이러한 오르가눔을 통해 서서히 화음에 눈 떠간 인류는 비로소 18세기가 되면 소리들이 동시에 울렸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고 이를 책으로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역시 프랑스 작곡가 라모(Rameau·1683-1764)인데, 그의 역작 화성론(Traize de l`harmonie)은 비로소 현대적 음악의 탄생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었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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