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남성 83.5세, 여성 88.5세로 각 2.1세, 1.8세 증가
13일 지역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9차 경험생명표가 적용된 보험상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사 간 보험가입자들의 평균수명, 질병 발생률, 사망률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산출한 자료로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1989년 최초로 도입돼 당시 평균수명은 남성 65.75세, 여성 75.65세였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의 이 같은 전체 통계를 바탕으로 경험생명표를 산출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 금감원의 심사 결과에 따라 요율과 경험생명표 개정 시기가 결정된다. 이를 표준경험생명표라 부르는데 최근에는 각 보험사별로 경험생명표를 발표하기도 한다. 경험생명표는 통상 4-5년에 한번꼴로 개정되는데 2000년 중반 들어서는 그 기간이 3-4년 수준으로 단축돼 조금 더 자주 개정되는 추세다.
경험생명표 개정으로 연금보험의 보험료는 올라간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험사가 동일한 보험료를 받으며 연금을 지급하는 시기가 길어지고 자연히 보험가입자에 지급하는 연금액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기탁 농협생명 차장은 "1억 원으로 월 50만 원 가량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가 내달 1일 이후 같은 연금에 가입하면 46만-47만 원밖에 지급받을 수 없다"며 "경험생명표 개정 전과 같은 보험금을 탈 요량이라면 더 많은 보험료를 넣어야 하니 사실상 보험료가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금보험과 반대로 보험료가 낮아지는 상품도 있다.
사망위험을 보장하는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의 요금은 저렴해진다. 암 보험도 마찬가지다. 이는 경험생명표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참조위험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참조위험률은 전체 보험사의 경험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위험률이다.
9차 경험생명표 적용에 따르면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은 남녀 각각 21%, 15% 가량의 인하 효과가 생긴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보장해주는 상품인데,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사망률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종신보험의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암 발생률은 남녀 각각 17%, 14% 줄었으며 의료기술 발전 등에 따라 질병, 재해에 따른 입원비용도 남녀 16%, 10%씩 낮아진다. 다만 각 보험사가 내놓는 상품이나 연령 등에 따라 인하 폭은 달라질 수 있다.
보험료 산정에는 경험생명표 뿐만 아니라 금리 변동도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각 보험사들은 보험료 산출에 반영하는 예정이율을 올릴 확률이 높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을 뜻한다. 통상 보험사 상품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 운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예정이율을 산출해서 상품을 만든다.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상품 운용 시 이율도 높아진다.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상품에서 파생되는 이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예정이율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지역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김상철 농협세종교육원 교수는 "이번 개정된 경험생명표와 예정이율 변동에 따라 보험사별로 조금씩 상품 가격이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염두하고 있는 분들은 꼼꼼히 따져 가입하는 편이 좋다"고 밝혔다.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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