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매슈워커 지음·이한음 옮김/열린책들/512쪽/2만원

`카페인이 없이도, 자명종 없이도 맑은 기분으로 깨어난 적이 있는가?` `어제는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 중 어느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했는가. "당신만 그런것이 아니다."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 미국 버클리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서 성인 중 3분의 2는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을 채우지 못한다"면서 "수면 수간이 7-8시간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경고한다.

`수면 외교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는 신간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수면 의학의 최전선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잠의 이모저모를 과학적인 근거들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우선 평소 잠을 충분히 자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경험 법칙을 제시한다. 첫째,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답이 예라면 수면의 양과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오가 되기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양쪽 징후를 다 가진다면, 자신이 수면 부족 상태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의 본능적인 수면 패턴을 교란하고, 잠잘 자유를 빼앗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길어진 통근 시간과 늦은 밤의 텔레비전 시청, 디지털 기기 이용에 따른 수면 지체를 꼽는다. 여기에 LED조명을 비롯해 계속 켜져 있는 조명, 알코올 등도 잠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행동 요법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면제를 첫번째 대안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수면제가 `자연 수면`을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 수면은 기억의 저장을 돕지만 수면제로 유도된 수면은 `기억 지우개` 역할을 한다. 면역력을 증강시키지도 못한다. 수면제를 복용하는 이들은 사망하거나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불면증을 위한 인지 행동 요법이다.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잠들기 전 아이패드나 휴대전화 불빛에 노출돼 `디지털 숙취`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고, 침실 온도는 18.3도 정도로 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알람 시계의 소음으로 잠을 깨우는 건 심장에 충격을 주므로 `다시 알림` 기능을 쓰지 말고 처음 울렸을 때 일어나야 한다.

저자는 수면 부족을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라고 표현한다. 다행히 이 책의 수많은 과학적 자료와 분석은 이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할 치료제를 처방한다.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자연 치료제,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잠이 바로 그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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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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