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은 예술가들에게 한 해 사업을 결정지을 각종 심사와 인터뷰가 있는 계절이다. 그 많은 신청자들 중에 과연 내가 신청을 한 사업이 지원금을 받아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사업의 종류에 따라 1차 서류 심사에 이어 인터뷰를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 있으며, 이 인터뷰에서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인터뷰는 면접자와 인터뷰 대상자로 구분돼 이뤄지는데 간혹 면접자가 대상자를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내세워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다`거나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하면서 대상자들이 그동안 활동해온 경력과 노력, 열정을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그간 여러 사업 선정을 위한 심사나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본 경험이 있으며 또한 각종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인터뷰 대상자로도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각종 심사에 참여하면서 대상자들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이것은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정 아닌 경우가 있다면, `이건 이런 방향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줬는데 바람직한 면접자의 역할은 이렇게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되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는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력서에 쓴 단 몇 줄만 보고 `당신이 뭘 알아요?` 하면서 기를 죽이는 면접자를 만나게 된다. 10년 이상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그 분야의 전국 워크숍에서 발표를 하는가 하면 새로운 강사들을 상대로 교수기법과 프로그램 개발을 강의했던 사람이 그런 말을 듣는 순간 아무래도 의욕이 꺾이게 된다. 이렇게 대상자를 깎아 내리려고 하는 면접자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런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

얼마 전 필자는 기분 좋은 인터뷰를 했는데 그 결과 공연은 비록 주 관객인 학생들을 단체동원 하는데 실패했지만 목표인원 이상의 성인 관객들이 찾아줘 성공적인 공연이 됐다. 인터뷰는 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대상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필자만의 소망일까?

윤진영 무대조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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