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Johannes Vermeer) `우유를 따르는 여인` 1657-1658년, Oil Paint on Canvas, 45.5 × 41 cm, Rijks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우유를 따르는 여인` 1657-1658년, Oil Paint on Canvas, 45.5 × 41 cm, Rijks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지난 1월,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를 일본 동경 우에노에 위치한 모리미술관에서 만났다. 공식 전시명은 `변화의 탄생: 베르메르와 네덜란드 미술`이었다.

일본인들은 반 고흐와 피카소만큼 베르메르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유는 에도시대부터 네덜란드와 교역을 시작한 탓에 네덜란드 그림에 익숙하고, 세부묘사가 뛰어난 베르메르와 섬세한 일본인의 취향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열렸던 베르메르 전시는 매번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베르메르가 활동했던 시기는 17세기로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였다. 해상무역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시민 계급은 그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듯 경쟁적으로 화려한 저택을 지었고 이전의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그랬듯이 그림으로 집을 장식했다. 그러나 종교화나 역사화 대신 그들은 소소한 일상의 삶을 그린 장르화를 특히 좋아했고 당대에는 수많은 장르화가들이 활동을 했다. 베르메르 역시 그 중의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의 화가들이 그 소란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시끌벅적하게 그림을 그렸다면, 베르메르는 이 모든 일상의 순간들을 한번 보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로 바꾸어놓았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 The Milkmaid`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유행했던 부엌그림의 일종으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림을 우유 따르는 소리 외는 어떠한 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실내 공간은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했고,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하녀의 모습은 단순한 노동을 숭고하게 만들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는 당대에 활동했던 화가와 베르메르를 차별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전시장 입구를 어둡게 처리해 베르메르가 빛을 중시했음을 암시했다. 그 다음 1층에 당대의 화가그림을, 2층에 베르메르의 작품을 배치해 관람객 스스로가 상업적인 그림과 자기성찰적인 그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끼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보여줌으로써 베르메르의 위대한 가치를 아낌없이 전달했다.

베르메르 작품 9점도 각각 위대했지만, 전시기획 능력 또한 참으로 탁월했다.

일본의 전시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역시 교육과 재미라는 두 효과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다소 비싼 입장료(2만 7000원)임에도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였다.

정경애 서양미술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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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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