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284쪽/1만 5000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대학입시를 소재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1% 에 드는 부모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녀를 서울의대에 기를 쓰고 보내려는 부모들의 광기어린 욕망은 수억원에 달하는 입시코디네이터를 고용하고 현직 교수를 앞세워 독서토론을 하는 등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졌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시청자(부모)들 사이에서는 공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게 있었다. 적어도 내 자녀가 인(in) 서울 대학은 가야 대학 이후 이어지는 치열한 서열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이번 신간은 스카이캐슬에 갇힌 한국사회를 `바벨탑`에 빗대어 풀어냈다. 저자는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도생형 투쟁이 결국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행태를 바벨탑에 빗대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사회`의 심성과 행태,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사회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라고 표현한다.

강 교수는 "우리사회는 주거지만 서열화 돼 있는게 아니다"며 "대학입시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서열화돼 있다"고 지적한다. 서열없는 나라는 없지만 심각한 건 서열 격차다. 서열 의식이 한국 못지않은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80%를 넘지만, 한국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의 임금은 4.2배가 차이가 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결정적 이유다.

승자독식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초(超)집중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적 권력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의 자원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는 단일 공간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문제는 청년들의 주거 환경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지옥고)의 비율은 2005년 34%, 2010년 36.3%, 2015년 37.2% 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초집중화 문제의 핵심이다. 고시원의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것과 수도권 일자리 집중도가 그와 비슷하다는 게 우연이겠냐는 얘기다. 그러면서 2013년 기준 억대 연봉자의 70%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2015년 기준 전체 채용 공고의 73.3%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음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은 사회적 약자에게 매우 가혹하며, 그 결과 우리사회는 누구에게는 천국이지만 누구에게는 지옥이 돼 버렸다. 저자가 집중하는 의제도 탐욕이 빚어낸 병폐와 그늘이다. `왜 아파트와 서울은 성역이 되었나?,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등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안들을 풀어본다.

강 교수는 이런 문제들이 상당부분은 기존의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협력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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