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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

2019-02-20기사 편집 2019-02-20 08: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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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가의 소설 성(城)에서 주인공 K는 측량기사로 자기가 설계한 성을 죽을 때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이는 유럽 전체를 하나의 성으로 보고 유대인이 유럽에서 존립하기 힘들다는 기득권의 비판과 현대인이 겪는 실존의 부조리성을 비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광풍을 몰고 왔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니, 스카이는 우뚝 솟은 '성채(castle)'다. 보통은 성 아래 마을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스카이 출신이 판사 80%, 검사 70%,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67%, 20대 국회의원 47%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관별 신뢰도는 모두 바닥권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은 관료이지만 결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못하는 것 같다. 저성장·고실업 시대를 맞아 명문대 출신의 생존경쟁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스카이 출신은 적어도 어디 가서 노골적 차별은 겪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견고하다. 기득권은 요새이며 철옹성 같다. 여성을 차별하지 말라고 유리천장(Glass Ceiling) 위원회를 두어도, 지방대 차별하지 말라고 혁신도시법, 블라인드 채용을 권해도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외쳐댄다. 요즘 신문을 보고 있자면, '고용쇼크, 올해 대졸 50만 졸업에 35만 백수, 인구절벽, 2025년 일자리 절반 로봇이 대체' 등 절망의 기사들로 주류를 이룬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회를 풍자했던 말들이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38선(직장의 나이 38이 마지노선), 사오정(40대, 50대는 사오정처럼 못들은 척 직장에서 버티기), 오륙도( 50대, 60대는 월급도독), 625(62세까지 직장에 있는 것은 오적), 문여송(문과대 여자라서 죄송합니다). 언제까지 절망의 묵시록만 읊어댈 것인가?

LA타임스가 한국의 9급 공무원 되기가 미국의 하버드대 입학보다 어렵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지원자의 합격률은 9급 공무원 2.4%, 하버드대 4.5%라고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혁신과 도전보다는 안정과 보신을 지향하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의 슬픈 현실은 학생의 특기적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수에 맞추어서 의대, 교대, 사범대 등 안정위주의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한국을 탈출시킨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 분야에 인재 유입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고 한다. 모든 문화현상은 망하기 전에 가장 화려하기 마련이다. 오늘의 첨단이 내일의 쓰레기가 되는 세상이다. 지금이야 말로 젊은이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관점을 돌리는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로의 사회 환경은 젊은이에게 적합한 것 같다. 인류역사상 경륜(經綸)이 가장 푸대접 받는 사회가 지금이라고 한다.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의 등장으로 지식의 축적이 필요 없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적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젊은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시인 휠더린은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의 힘도 함께 싹튼다고 했다. '교육자로서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생각해본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학생에게 사랑을, 선생님에게 존중을, 학교에 신뢰를' 학교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요즘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주가 없다고 한탄한다. 옛날에는 김수한 추기경, 성철 스님 등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이 많았다. 요즘은 모두가 이기주의 첨단을 걷는 것 같다. 현 교황도 "현대인은 함께 우는 것을 잊은 지 오래다"라고 현대인의 이기주의를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갈 때이다. 기성세대와 위정자들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의 찬가를 부르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그래야 기성세대도 존재불안도 없어진다.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로 가득차서 희망가를 부를 날을 기대해 본다. 신문의 헤드라인에 '9급 공무원 지원 미달, 의대 미달, 교대 미달, 우리 직장 평균나이 70세'라는 기사가 실릴 날을 기대해 본다.

정해황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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