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의 문화산책] 영양학자가 본 '반상문화'

2019-02-19기사 편집 2019-02-19 08: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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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문화적 충격' 중에는 가족들끼리 찌개를 함께 떠먹고, 연인들끼리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고, 친구들끼리 음료수에 빨대 두 개를 꽂아 나누어 먹는 것도 들어 있단다. 종종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情)'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문제는 정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타액도 함께 나누면서 간염 바이러스나 위암의 주범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균까지 공유한다는 것이다. 사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식문화는 둘러 앉아 먹는 서양의 식탁문화가 들어오면서 자리 잡은 가정식 형태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문화로, 근대 정부에 의해 허례허식을 없애고자 장려된 문화 중 하나라는 견해도 있다.

흔히 '반상차림'이라고 하는 우리 전통 상차림 문화는 '독상'이 원칙이었다. 조선시대 우리 전통 1인 반상차림은 놀라운 점이 정말 많다. 밥을 주식으로 하고, 반찬을 부식으로 하는 반상차림은 밥, 국이나 찌개, 김치, 장을 담은 종지 외 쟁첩에 담은 반찬 수를 기준으로 3첩, 5첩, 7첩 반상 등으로 불린다. 3첩 반상의 반찬은 생채 또는 숙채로 된 채소찬 1가지, 대개 어육류찬인 구이 또는 조림 1가지, 마른반찬이나 젓갈, 장아찌 중 한 가지로 구성된다. 각 식품군을 골고루 균형 있게 구성하되, 조리법이나 재료가 중복되지 않게 구성하는 것이다. 오늘날 영양사들이 식단을 짤 때의 기본 원칙과 동일하다.

반찬의 가지 수, 즉 첩수가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패턴 역시 놀랍다. 5첩 반상은 구이와 조림이 각각 1가지씩 들어가고 전류가 추가로 들어가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유지류가 보강된다. 7첩 반상에는 나물류가 생채와 숙채 각각 1가지씩으로 들어가 늘어나고 회나 편육 중 한 가지가 추가된다. 육류가 늘어나면 반드시 채소류도 함께 추가되는 식이다. 밥, 국, 반찬 등의 배열 순서도 정해져 있었는데, 나트륨 함량이 많은 마른반찬이나 젓갈, 장아찌류는 중복되지 않게 1가지로만 구성하고, 왼쪽으로 배치함으로써 되도록 적게 섭취하도록 했다.

반상차림의 양에 대한 구체적 원칙은 없지만, 남자, 여자, 어린아이용 반상기가 따로 존재했고, 각각의 쟁첩에 음식을 담는 높이를 동일하게 구성해 정량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쟁첩의 지름은 약 9-11cm 정도로 1인 1회 분량을 제시할 때 사용되는 표준 접시 크기와도 유사했는데, 가득 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문헌기록을 근거로 반상상차림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3-7첩 반상 기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구성비율은 53-64 : 24-30 : 12-19%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의 에너지 적정비율 55-65 : 7-20 : 15-30%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이러했다.

'독상'까지는 아니어도 개인접시를 사용해 함께 '정'만 나누고 영양과 위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정량을 지켜야 하는 특별한 식사요법이 필요한 경우라면 '반상차림'을 응용해 자신이 먹고자 하는 분량을 따로 챙겨 보시기를 권한다.

김기남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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