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목에도 싹이 돋는다. `자유한국당` 말이다.

2016년 말부터 최순실·정유라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한 자리 수로 나가 떨어졌던 한국당 지지율이 약간씩 오르고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난다.` 정치도 좌우 균형이 잡혀야 한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진보좌파가 이슈를 만들고 결론도 내리는 `차 치고 포 치는`형국이었다. 건강한 상황은 아니었다.

곧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한다.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정우택, 심재철, 안상수, 주호영 의원은 중도 포기했다. 지지율이 약간 오른 것도 전대란 컨벤션 효과 덕이 크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건강한 야당, 집권까지 꿈꿀 수 있는 정당으로 되기 위해 다음 문제들이 전당대회를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첫째, 탄핵정국을 털어내야 한다. 즉 책임정치가 확립돼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과 탄핵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다시 앞장서면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브라질, 페루, 이스라엘 등 외국에서 최고 권력자가 부패나 직권남용으로 탄핵소추를 받은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같이 탄핵이 기소로 이어져 수감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개 중도 사임하면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갈등이 해소됐다. 정치인의 범법사실 보다 나라의 국격(國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박 전 대통령 주변에 정무감각이 탁월한 노련한 정치인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외면했던 것이 자명하다. 격랑의 탄핵정국에서 소위 보수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은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손을 놓은 것은 아닌가? 자칫하면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정치권은 탄핵논쟁 시즌 2로 들어갈 수 있다.

둘째, 자유한국당은 빛을 반사하는 수동적 달빛정당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한국정치는 1980년대 대학 캠퍼스와 같다. 사건과 이슈는 운동권과 전경들이 대치하는 교문에서만 일어났다. 투쟁을 애써 외면하며 자기계발에 힘썼던 대부분 한국당 의원들은 오늘도 소명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약해 보인다. 연말부터 줄 잇는 김태우 전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 손혜원, 서영교 의원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에 대해 한국당은 쟁점을 치열하게 구체화시키지 못했다. `간헐적 웰빙 단식`이 지금 보수 야당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면 과장일까?

셋째, 한국당은 계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이념과 가치는 정치와 정당의 등뼈 곧 척추(脊椎)다. 한국의 소위 보수정당은 이 척추가 부실하다. 이해관계가 이념보다 앞서니 유력한 사람 중심으로 이합집산 한다. 친이(李), 친박(朴)이 사생결단 싸움을 해서 자멸하더니 이젠 친황(黃)이란 말까지 나온다 한다. 국민들은 이제 이런 무척추 정당의 망가진 몰골은 보고 싶지 않다.

넷째, 한국당은 새로운 당내 선거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같은 공직선거에서 벌써 사라진 구태가 아직 여야 정당선거에서 버젓이 남아 있다. 이젠 상식적인 `사전 선거운동 금지`조항도 당내 선거에서 무시되고 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이해할 수 없이 과도한 선거비용이 드는 것도 당연시 되고 있다. 한국당부터 보여주기 식 행사, 과도한 선거 사무실 공간 확보를 자제하고 선거 비용 내역을 공개하며 대면 조직선거가 아닌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저비용 선거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이제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야당이 정말 거듭나고 있는지 다시 과거의 늪으로 빠져드는지 `매의 눈`으로 정확히 관찰해야 한다.

강병호 교수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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