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먼 길을 돌고 돌아왔다. 오늘 세종시로 옮겨오는 행정안전부 말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빌미로 서울에 주저앉은 지 15년 만이니 짧지 않은 세월이다. 온갖 핑계로 과천에 잔류해오다가 하반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고 다르지 않다. 제 논에 물대기식 기준에 따라 서울에서 뭉개고 있는 여성가족부에 생각이 미치면 세종시 완성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한 지 절감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시·도당이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 힘을 합하기로 한 건 시의적절하다. `광화문 집무실` 무산 이후를 겨냥한 발 빠른 행보다. 조승래 대전시당위원장과 이춘희 세종시당위원장, 어기구 충남도당위원장, 변재일 충북도당위원장은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설치 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나아가 공동청원서를 채택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 확보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종 청와대` 설치를 거듭 촉구했다.

2012년 1단계 이전을 시작으로 세종시가 걸음마를 떼었건만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은 다른 나라 얘기인 게 현실이다. 여전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국가자원이 집중되면서 지역 불균형과 지역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은 인구 과밀과 환경 악화, 교통 대란에 시달리고 지방은 인구 절벽과 경기 위축, 성장 침체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세종 청와대`는 그 고리를 단번에 끊어낼 수 있는 전기다. 워싱턴 D.C나 브라질리아, 캔버라 같은 행정수도를 보면 안다.

사실 충청 입장에서 세종시는 딜레마다. 충남의 경우 옛 연기군 전부와 공주시 상당 부분, 충북은 옛 청원군 일부를 떼어줬다. 과도기로 자위한다고는 하나 세종시 블랙홀로 대전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행정도시가 들어서면서 혁신도시 건설에서 제외돼 알짜 공공기관을 유치하지 못했고, 충청권 젊은이들은 공기업 입사 시 역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와 명분에 희생을 참아온 게 충청 아닌가.

`세종 청와대`를 만드는 데 있어 충청 3인방이 당청(黨靑)에 포진하고 있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집권당을 책임지는 이 대표는 충남 청양이 고향으로 `서울 공화국`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표적 지방분권론자이다. 충청 여론이 집결하고, 다른 지역의 호응도가 올라가면 이 대표의 활동 반경은 넓어진다. 민주당 충청 시·도당 위원장들이 이 대표에게 공동청원서를 보낸 배경이다. `세종 국회`와 더불어 `세종 청와대` 설치에 앞장 설 확실한 아군이다.

청주 출신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면 된다. 열린우리당 시절 행정수도이전대책위원장과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이력만으로도 기대를 키우게 한다. 세종시특별법의 산파역이기도 했다. 금산이 고향인 주영훈 경호실장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적임자라는 인선 배경에서 보듯 `세종 청와대`를 설계하고 이행할 핵심 실무자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부지도 널찍하고, 당위성도 탄탄하다.

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정부세종청사 장·차관들의 서울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무위원들이 세종청사에 있어야 구체적 정책성과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세종시에 머무르면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기능 하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시·도지사 회의를 포함한 국무회의를 여는 게 근본 해법이다. 주저할 일이 아니다. 국면 전환이나 총선용으로 저울질한다면 효과와 진정성 모두 훼손된다. 세상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굳이 먼 길을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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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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