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안녕하시다

성석제 지음/문학동네/423쪽/1만4500원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원고지 3000매에 달하는 본격 대작 역사소설인 `왕은 안녕하시다(1, 2)`는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대폭 개고해 단행본으로 선보인 신간이다.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다.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의형제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고,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왕의 주위에 머물며 왕을 지키는 왕의 최측근이 된다. 어린 왕은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조정 신하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 성형은 그런 왕을 위해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판별하며 왕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암투, 대립과 이합집산이 거듭되면서 성형과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운명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할머니의 배경과 인맥을 바탕으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는 데 힘쓰기도 한다.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청나라의 무예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활약도 펼친다. 성형의 활약속에 숙종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숱한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성형과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왕의 의형제 성형의 모험담인 동시에 권력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와 신하와 유생의 상소 한 장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되어 진퇴와 생사를 가르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민심을 움직이고 어느새 실체가 되어 드러나는 과정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숙적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야 마는 잔인한 권력의 맨얼굴과,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들의 결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왕은 안녕하시다` 는 숙종 시대의 남인과 서인의 갈등, 청나라와의 갈등, 경제적 변화 등 당대 시대상을 다루면서도 왕실의 암투부터 서민들의 생활상까지 위에서 아래의 삶을 두루 훑는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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