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연설을 포함, 기자회견에서 `북핵`, `외교·안보` 분야와 함께 경제·고용 분야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표명한 `혁신적 포용국가`, `사람중심 경제`가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대통령이 구상하는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계속하며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비전이 현실화되기 바란다.

미국 MIT대 경제학과 찰스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교수는 "미남, 미녀를 고르는 기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번 보면 누구나 안다. (경제)위기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경제 위기의 정의를 따로 내릴 필요 없다. 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위기란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멀쩡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는다.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하던 상가가 이젠 초저녁에도 썰렁하다. 편의점에서 자주 봤던 알바생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작년 실업자 수는 107만 3000명에 이르러 2000년 이후 최대였고, 실업률 또한 17년 만에 최고인 3.8%로 치솟았다. 2018년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9만 7000명에 그쳐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만 7000명 줄어든 이래 가장 저조했다. 참담한 고용 성적표를 앞에 놓고 여야가 원인과 책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누구라도 급한 불은 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의 경제위기에 대한 견해가 보도될 때 국민들은 사뭇 불안해진다.

대통령은 "소비는 지표상으로 좋게 나타났지만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됐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오찬)",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2018년 11월 20일 청와대 국무회의)"고 발언했다. 또한 지난달 3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시민 씨 등 친여 인사들 중에는 `경제위기론이 적폐세력이 개혁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아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지난 2년 여 간 문재인 정부가 이념중심 경제정책을 무리하게 몰아붙인 탓이다. 덕분에 하위 계층인 1-3분위의 소득이 감소하고 4·5분위의 소득은 늘어났다.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명분과 이념에서 실용과 현장으로 그리고 미래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청와대 운동권들도 나이가 들어 좀 어렵겠지만 기업과 시장(市場)을 `적폐`와 `적(敵)`으로 보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현장에 음모(陰謀)가 있다는 `외눈박이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최근 `국가부도의 날`이란 영화에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고 한다. 22년 전 IMF사태 근본원인은 YS(故 김영삼 대통령)의 무리한 세계화 추진에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추진한 원화절상, 어설픈 국제 금융정책에 의한 과다한 단기외채가 한국경제를 죽인 것이다. 잘라 말해, 현실과 실용을 외면한 이념과 명분이 한국경제를 죽인 것이다. 그 잘난 정치 때문에 IMF시기에 자살자는 42% 늘고 실업자는 130만 명이 되었다. 수많은 가정이 빈곤으로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치인은 사고치고 고통은 늘 국민 몫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혁신적 포용국가`, `사람중심 경제`가 2019년에 현실화되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이념과 명분으로 고집해온 정책기조를 2019년에도 밀고 나갈 테니, 국민들도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라 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정월 창틈으로 파고드는 황소바람도 차다.

강병호(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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